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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Jun 24. 2024

정님 씨의 거짓말


동생과 함께 엄마 집에서 국수를 말아 먹었다

늦잠 자는 딸내미는 안 먹는다 방콕 중이고 세 모녀가 도란도란 수다 꽃을 피웠다.



얘, 우크라이나는 어디에 있는 나라니? 그거 미국 밑에 남미에 있는 거지?


아닌데 엄마.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러시아 옆에 있어요.


그래? 미국 밑에 있는 거 아니고?"


응. 폴란드랑 러시아 사이에 있어서 러시아가 쳐들어간 거잖아.


그렇구나.
나는 미국 밑에 어디 있는 줄 알았어.
얘, 그거 실은 네 딸이 가르쳐 줬어.
서영이가 미국 밑에 있다고 그랬어."


어.... 그래요?  서영이가 잘못 알 리가 없는데..."


내가 물어보니까 서영이가 미국 밑에 있다고 말했어."


으응... 그렇구나...



동생과 눈을 마주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방에서 듣고 있던 딸내미한테 불려가 야단 맞았다.

자기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할머니는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고.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걸 왜 동의하고 있냐고.



이모랑 엄마도 알고 있어.
할머니가 종종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우기는 일이 있어서.
우리도 한번씩  다 당했어.
할머니 말 믿는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도무지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는 소녀는 짜증을 냈고

후딱 점심을 먹은 동생과 나는 산책을 핑계로 도망나갔다.

언제부턴가 정님 씨는 하지도 않은 엉뚱한 말을 했다고 모함한다.

대부분 정말 사소한 것들이라 "왜 저러시지?" 하고 의문을 갖지만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없어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본인의 무지를 감추는 용도로 누구누구가 그렇게 말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것 같은데

당하는 그 누구누구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가족들끼리야 뭐 그러려니 하겠는데, 친구분들 사이에서도 그러실 까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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