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네 조카 둘을 앞에 두고 정님 씨가 물었단다.
"얘들아,
니들은 이 할머니가 좋아?
외할머니가 좋아?"
남동생 부부는 신혼 때부터 부모님 가까이 살았다.
지금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수시로 드나드는 남동생 가족.
조카들도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라 지금도 할머니 집에 오면 냉동실 아이스크림부터 꺼낸다.
할머니 성정을 다 보고 자란 손자 손녀 앞에서 철없는 할머니는 "누가 더 좋아?"를 시전 했다.
어느새 고등학생, 중학생이 된 청소년에게 이런 짓궂은 질문을 하다니.
과묵하고 심성 고운 큰 조카는,
"나는 할머니가 더 좋아요."
라며 굵은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단다.
당연히 그 말 들은 정님 씨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새침한 작은 조카는 뚱~하고 아무 말도 안 하더란다.
"유진이 너는?
너는 외할머니가 더 좋아?"
정님 씨가 한 번 더 심술 맞게 물었지만
작은 조카는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 것으로 소극적인 긍정을 표시했다.
정님 씨는 두고두고 말했다.
"유진이 고거는 제 외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거야.
대답도 안 하고 뚱하니 고개를 돌리더라니까."
"아이고 엄마, 그런 걸 왜 물어요? 애들 곤란하게."
"아니 궁금하잖아. 누굴 더 좋아하는지."
결국 정님 씨를 선택한 큰 조카는 금융 혜택으로 더 이쁨을 받았다.
이에 반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작은 조카는 오빠보다 적은 용돈에 더해 두고두고 할머니의 한탄을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