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 다니러 간 큰 딸은 항상 배가 고프다.
나의 엄마 정님 씨가 다이어트 건강식에 소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특히 살 빼라는 잔소리가 한 스푼 더 얹어진다.
정님 씨의 아침 식사는 늘 삶은 달걀 한 개 또는 고구마 한 개, 견과류 한 줌, 사과 반 쪽이다.
여기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다 요즘은 둥굴레차 한 잔으로 바뀌었다.
점심은 외출하는 날이 많으니 대개 밖에서 친구분들과 드신다.
한 끼 제대로 추어탕이나 쌈밥 등을 드시는 모양이다.
어떤 때는 노래 카페에서 나눠주는 빵이나 과자 등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것 같다.
집에 있을 때는 여러 가지 반찬을 한꺼번에 담아 비벼 드시거나 된장찌개에 말아 드시곤 한다.
저녁은 간단히 드신다.
점심 식사가 부실하면 나물 반찬에 된장찌개 간단히.
아니면 참외나 사과 한 개, 포도 반 송이 등으로 끝낸다.
대충 먹은 점심 식사로 허기져 돌아온 날엔 늦은 오후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저녁을 드시지 않는다.
엄마 집엔 먹을만한 간식거리가 없다.
출출할 때 먹을 수 있는 건 잔뜩 삶아놓은 달걀, 오래된 찐 고구마, 호두와 아몬드, 청포도 말린 것, 사과, 참외 등이다.
이것들은 정님 씨의 아침 식사이기도 하고 내겐 요깃거리가 되지 못한다.
물론 내가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내 집이 아닌 관계로 각종 양념이나 재료를 찾지 못해 다시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나 혼자 먹으려고 만들기엔 좀 귀찮다.
하필 할머니와 동거 중인 딸내미도 다이어트를 고려해 집밥은 거의 안 먹는다.
음... 하루 한 끼 샐러드 사다 먹고, 요구르트 어쩌고 시켜 먹고.
간혹 딸내미와 다코야키나 간단한 디저트라도 사다 먹으려면 정님 씨 잔소리가 쏟아진다.
"쟤가 왜 저렇게 살이 안 빠지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그런 거 먹으니까 그렇게 걸어도 살이 안 빠지지.
얘, 그런 거 먹으면 더 뚱뚱해진다.
살 빼야지. 뚱뚱하면 보기 싫어."
엄마 집에서 허기진 나는 마른 견과류만 축내다 물만 홀짝거린다.
친정집에 며칠 다녀오면 남편이 말한다.
"얼굴이 좀 핼쑥한데."
실제로 친정집 다녀오면 체중이 1~1.5kg은 줄어있다.
늘 허기져 있던 나의 위는 마구마구 보상심리를 일으킨다.
내가 살이 안 빠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