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을만하면 되감기
아침이 꽤 추워졌다. 놀랐다. 잘 만든 냉면발처럼 질기던 더위가 드디어 물러난다. 낮에도 외투를 입는다.
감기가 왔다. 심하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다 걸려 있는 듯하고 내가 좀 늦은 편이다. 뭐든 느린 성향인데 감기는 느려도 상관없지.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콧물, 기침약과 타이레놀을 먹었다. 덕분인지 모르겠는데 아주 좋아졌다.
감기는 방심을 노린다. 이쯤 되면 이제 알아서 사라지겠지... 하는 그 시점을 물고 늘어진다. 잔기침, 콧구멍을 촉촉이 유지하는 콧물, 가래가 어물쩍거리면서 귀찮게 한다. 병가를 낼 정도는 아니면서 적당히 일상을 훼방 놓는다. 지독한 스토커라고 하고 싶다.
확인 사살이 중요하다. 이젠 다 낳았구나 싶을 때 약을 한 번 더 먹는다던가. 하루 더 집콕을 하던가. 어쨌든 한 발짝 더 디뎌보고 긴장을 놓는다. 이걸 잘 못했다가 언젠가 몇 개월 기침을 달고 살았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기침은 대화를 힘들게 했다. 더 심해지지도 않고 딱 기침만 나왔다.
자고 나면 증상이 되감기 되는 경우가 많다. 내 방의 공기가 문제인 것 같다. 코가 너무 불편해진다. 오히려 완전한 겨울보다 더 위험한 때가 환절기다. 어설픈 따뜻함. 여름에 시달린 뒤 느끼는 찬 공기에 대한 반가움. 정신과 몸이 잠시 고삐를 풀고 감기를 부른다. 감기는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나를 붙잡는다. 단호한 행동으로 감기를 몰아내야 한다. 오늘 밤은 무사히 넘어가길. 내일 아침에는 내 몸이 건강하던 때로 되감기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