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밥 먹는 걸 싫어하진 않는다. 유대 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는 자리는 식사 자리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주변의 도움은 필요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생존이다.
그런데 난 혼밥도 좋다. 그 시간 동안은 마치 노이즈 캔슬링이 뛰어난 헤드폰을 착용한 느낌이다. 밥에 집중하고 영양가 없는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다. 옆 사람 눈치 안 보고 허겁지겁 밥을 욱여넣은 다음 알뜰하게 산책을 즐긴다.
남들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집중하지 않으면 엉뚱한 말이 나온다. 안 좋은 인상을 준다. 오히려 친목에 독이 될 거다. 나에게 대화는 일이다. 적절한 대답을 하는 게 참 어렵다. 횡설수설하다 내 말의 고삐도 놓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꼬리가 짧은 대답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 밥 맛있냐는 말에는 그냥 "네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상의 감상평은 숨긴다. 말꼬리 잡히지 않도록. 상대방이 싫은 게 아니고 귀찮은 게 아니다. 말이 길어질수록 힘이 빠진다. 더 힘든 건 할 말 없을 때다. 그 어색함에 제식을 처음 배우는 훈련병처럼 빳빳하게 굳어버린다.
이런 성격은 극복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좋은 성격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내 성격은 생존에 불리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안 좋은 성격이다. 고쳐보려고 어떻게든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본다. 그런데 매일 같은 사람들을 보는 것과 원할 때 가끔 사람을 보는 것은 난이도 차이가 크다.
오늘 오랜만에 점심을 혼자 먹었다. 간만에 평화를 느꼈다. 쉬는 시간이었다. 거리에 다양한 가게를 구경하며 걸었다. 마침 햇살도 좋고 날도 시원했다. 오늘 뭐 특별한 일 없었나 뒤적거리다 찾은 소중한 기억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혼자 밥 먹으러 가며 인사하던 내 표정이 유독 밝았을 것 같다. 사람들은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밥 혼자 먹는다는데 뭐가 저렇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