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초보 그녀가 3단계를 먹게 된 까닭은?

삶과 스트레스, 그것이 만들어 내는 자극적인 변화

by 콩쥐




“이건... 약간 매운맛, 이건... 매콤한 맛”

분명 약간 맵다고 쓰여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도 별로 맵지 않다는 말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 결과, 난 물을 여러 번 들이켰고, 설거지를 하고 난 후에는 찬장에 쌓여있는 음식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사실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럼에도 자꾸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내게 물어온다면 “나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짠 음식을 못 먹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음식의 맛을 정하는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하는 것일까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니 당신들에게 짭짤한 맛은 왜 나에게 오면 아주 짠 맛이 되고, 당신들에게 매콤한 맛은 나에게 지옥의 캡사이신이 되는 걸까.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에는 그 라면 그렇게 맵지 않았다. 분명 그 짜장은 그렇게 짜지 않았다.




내가 이 희한한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조금 오래 전의 일이다. 전 직장에서 일할 때 아주 전쟁 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집에 돌아온 적이 있었다. 체감 상으로는 업무량이 평소의 5배는 되는 듯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우리의 입이 먼저 했던 일은 간단한 안부 인사가 아닌 맥주를 몸속 끝까지 들이키는 일. 다들 기다렸다는 듯 깊숙이 숨을 내쉬면 그제야 눈에 들어온 친구에게 한 마디를 건네고 떠들기 시작했다. 친구가 말을 하는 동안에는 닭볶음탕을 먹었다. 그동안 먹은 게 부실했던 탓에 맛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내 몸속으로 들어갔다.


앞에서 말하고 있던 친구가 하던 말을 멈추고 놀라서 얘기했다. “너 그거 안 짜? 그거 안 매워?” 나는 그런 것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아무 느낌이 없다고 했고, 그제야 여기가 내가 미쳐서 물을 1리터나 들이부었던 그 장소라는 것이 생각났다.




간을 본다. 라는 일은 가끔은 또 이런 것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 그것은 항상 어렵다. 내가 일하는 10층짜리 백화점에서는 많은 사람의 간이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잡힐 듯 말 듯 경주를 하고 있다. 사람의 지갑과 마음을 열려는 사람과 그 말에 흔들리는 사람


나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었고, 그들과의 간 보기 게임에서 승리하는 쪽이었다. 그들을 보내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 뿌듯함을 느꼈지만, 항상 그런 날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싸늘하고 차가운 말로 시작하는 말들은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리기에 충분했다. 이럴 때면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내 성격도 미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의 나. 맵고 짠 음식을 이렇게 잘 먹지 못했다. 이제는 경쟁하듯 쏟아내는 다양한 매운 음식 앞에서 겁낼 필요가 없다. 늦은 밤 냄비를 꺼내 아주 매운 라면 하나를 끓인다. 면발을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 반복. 빨갛고 뜨거운 라면은 어디 한번 먹어보라는 듯 당당한 모습이었다.


나는 냄비에 소금을 넣는다. 싸아아아- 소금을 냄비에 부어 버리고 다시 면발을 들었다 놓았다. 작은 좌식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는다. 한 젓가락을 소리 내서 삼킨 뒤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냄비는 그대로 싱크대로 옮겨진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잘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단편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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