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가 전해주는 살아있다는 꿈틀거림
내 고향은 목포다. 목포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가 하면 아무 가게나 골라 들어가도 맛있다는 여러 소문이 증명해준다. 목포에서 사는 우리 할머니도 음식을 참 잘했다. 나도 그 음식을 먹고 자랐고, 결국 맛집 투어를 하는 것을 일주일의 행복으로 느끼며,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로 성장했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소울 푸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소울 푸드가 있나요?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약간 주춤했다. 인생의 음식이란 무엇일까,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음식? 정말 많이 먹어본 음식? 진짜 맛있는 음식?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보고 싶고 먹고 싶은 음식, 나의 소울 푸드인 할머니의 낙지 탕탕이를 소개한다.
할머니의 낙지 탕탕이를 먹어본 건 중학교 1학년 때, 14살 겨울방학이었다. 온 가족 모두 모여 연말 잔치를 했을 때. 지금과는 다른 문화지만, 대가족이 모이는 문화가 작아지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12월의 마지막 날. 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 조금씩 만들어온 음식을 내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았다. 할머니도 오랜만에 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술이 들어가며 다들 조금씩 배가 부르기 시작했지만, 우리 집 요리는 끊길 일이 없었다. 할머니는 고모와 함께 큰 나무도마를 내 쪽으로 가져왔고, 그 옆의 난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낙지들을 처음 가까이서 보았다. 집안 어른들이 홍어를 먹으며 좋아하던 그 순간에 나는 먹을 음식이 별로 없었고, 심지어는 옆으로 바짝 다가온 낙지들의 모습과 비슷해 보이는 이곳의 복잡하고도 엉겨있는 명절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명절도 아닌데, 명절 분위기까지 내야 한다니. 나랑은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은 딱 이런 거 싫어하는 적절한 나이대다. 고모는 내 옆에서 ‘너 이거 먹어 봤니?’라고 말하며 살아 움직이는 낙지들을 토막 내기 시작했다. 낙지들은 자신의 몸이 점점 작게 변할 때마다 더욱 더 세차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토막 난 낙지가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낙지의 신경세포가 다리에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뇌에서 움직임의 명령을 시행 후 움직이지만, 낙지의 다리는 자체적인 신경세포로 끝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생각이 몸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뜻과 상응할까. 우린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 이제부터는 가만히 있으라고.
할머니는 끝끝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의 꿈틀거림조차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딱딱했다. 조금 더 빨리 왔어야 했다고 후회해도 늦었다. 할머니의 생각은 이미 결단을 내린 후였다.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고 한다. 무슨 말이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알 것만 같았다. 작은 중얼거림은 작은 꿈틀거림. 끝까지 살아 있으려는 몸부림과도 같았을 것이다. 생각을 뛰어넘으려는 행동의 순간에 내가 없었다는 것이 많이 미안했고, 죄송했다. 그래서 할머니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해보려 했다.
난 그 이후로 할머니의 낙지 탕탕이를 먹은 적은 없다. 그러니까 내 인생에 한 번 먹어본 음식, 그리고 앞으로는 먹지 못할 음식이다.
그렇지만 나의 소울푸드는 변하지 않는다. 아마도 다시 먹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