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 인생은 어떤 걸 추가해도 내 인생이 아니었다.
김치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다. 지금껏 김치가 주제가 되지 않았어도 김치가 자주 등장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항상 식탁에 있는 그것이기에, 내 음식에도, 내 글에도 항상 등장했다.
벌써 우리 집에 있는 김치만 해도 배추김치, 깍두기, 동치미, 열무김치가 있는데, 여기서 배추김치는 묵은지가 있고, 생김치가 있으며, 가끔 겉절이가 올라온다. 아니 몇 명살지도 않는 집에 김치 종류만 다양하다. 이게 얼마나 신기하고 대단한가 하면, 김치 게임까지 있을 정도이니, 김치라는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가. 내 인생을 김치에 비교할 수 있을까.
김치는 뭘 넣어도 김치다. 그러나 내 인생은 어떤 걸 추가해도 내 인생이 아니었다.
난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젊은 청춘이란 그도 그럴 것이, 이것저것 다 겪어봐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알고, 잘하는 것이 뭔지도 알고, 성장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일렉기타도, 베이킹도, 무모하지만 가졌던 보육교사 자격증도, 나 자신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경험들 속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였다. 성적에 맞춰 무작정 진학한 학교는 내 적성에 맞지 않아 학점은 겨우 2점대를 넘겼고, 자연히 동기들과의 친목 자리에서도 점점 흥미를 잃었다. 그맘때쯤 연합동아리에 들어갔다. 떡볶이 동아리였다. 단톡방에서 모임 장소를 투표하고 해당 떡볶이집에서 모이고, 다 같이 떡볶이를 먹는다. 오늘의 떡볶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별점까지 매기면 오늘의 모임은 성공적이다. 모임은 매번 뒤풀이가 있었지만, 열심히 참여하진 않았다. 금방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이 무렵 나는 배낭여행을 떠났다. 우연히 국토대장정 홍보 글을 보았는데, 국토대장정까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둘이서 3박 4일 배낭여행으로 경남 지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작게 시작하여 서서히 여행을 늘려나갈 심산이었다. 원래는 강원도를 가려 했는데, 나는 도시와 시골이 적절히 섞인 곳이 좋았고, 경남지역으로 우리의 여행지가 선택된 것이다.
마지막 날. 우리는 자유여행을 했다. 서로 가보고 싶은 곳이 달랐기에, 의견조율이 끝끝내 안 되었던 곳으로. 나는 F1953, 고려제강 기념관으로 향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살아난 폐공장을 보며 이곳에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떻게든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의미가 변하고, 새로워져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조금 크게 다가왔다. 나 역시 새로워지고, 여러 사람을 만나도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그 시간을 오롯이 버텨보기로 했다.
김치는 뭘 넣어도 김치다. 그러니 나 역시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것을 넣어볼까, 나는 어쨌든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