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입맛 없을 때는 도토리 묵사발

by 콩쥐


일주일에 3편씩 글을 쓰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렇지만 현생에 치여 글 쓰는 것이 점점 뒤로 밀렸다. 오늘은 꼭 쓸 건데... 꼭 쓸 건데... 하다가 또 하루를 그냥 보내버렸다. 글을 쓴다는 것이 꽤 어렵다.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니 더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 계속 고민만 하다 오늘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꼭 이럴 때는 입맛도 없더라. 잘 먹어야 좋은 생각도 쑥쑥 나는데 말이야.


입맛이 없을 때 먹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냉면, 두 번째는 도토리묵사발. 오늘 냉면은 패스다. 냉면을 끊어먹을 만큼의 힘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토리묵사발.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는 집 앞에 장이 서는 동네였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양손 무겁게 집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들리는 집이 바로 포장마차 국숫집이었다. 사실 나는 그걸 먹고 싶어 매번 장을 볼 때마다 따라갔다. 잔치국수 2,500원 묵사발 2,000원. 아직까지 이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는 그랬다. 새콤하고 시원한 국물을 마시기 위해 입을 대고 한입 삼키면 자연히 따라오는 도토리묵과 양배추.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을 씹으면 어느새 든든하다. 묵사발은 힘이 없을 때, 입맛 없을 때 먹으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하루를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 작은 것이 나를 바꾸는 힘이 있다.


이제 집에 가는 길에 묵사발을 포장해서 집에 가면 완벽하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오늘의 글을 쓰기에는 늦었고, 또 글을 마무리할 시간이 없지만, 나는 묵사발을 먹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또 어떤가. 내일의 나에게 맡기면 되는 일을.

그렇지만 오늘 먹을 것은 내일로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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