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없는 혼맥의 계절

아침이 밝아오면 영화는 끝난다

by 콩쥐


한 주 동안 밀린 일들을 해치우고, 나에게 다가온 주말. 멋진 주말을 보낼 준비가 다 되었다. 토요일 새벽 3시, 나는 영화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이럴 때 찾는 영화가 있다. ‘이터널 선샤인’을 볼 것이다.

그 영화가 생각나는 계절이 있다. 그 드라마가 생각나는 달이 있다. ‘이터널 선샤인’이 생각나는 시간이 있다. 새벽에서 아침이 되는 시간, 등 뒤의 창문이 어두워졌다, 점점 밝아지는 것이 느껴지면, 영화는 하얀 눈밭을 같이 거닐며 끝이 난다. 그러면 어느새 시간은 5시가 되어버린다.


영화를 보기 위해 맥주를 준비한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영화를 보는 건지, 영화를 보기 위해 맥주를 마시는 건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해. 오늘은 흐름이 끊기지 않고 마실 거거든. 혼자이기에, 주말이기에 그 어떤 상황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졸리면 바로 누워서 자도 되고, 눈치 보지 않고 울어도 상관없기에.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극E인간. 절대적 외향적인 나도 이럴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나는 음료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수보다는 우유가 있고, 보리차가 있는 집이었다. 치킨을 시키면 따라오는 500ml 콜라가 일주일 동안 냉장고에 숨어있는 집이었다. 나도 탄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탄산이 든 맥주 또한 좋아하지 않았다. 탄산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먹기도 했다. 그러면 맥주는 식어버렸다. 언제부터 탄산이 있는 맥주를 즐겨 먹었는가 생각해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억이 안 나면 또 어떤가, 지금이 너무 즐거운데.


눈치 보지 않고 맥주를 마셔. 아침이 밝아오면 영화도 끝나고 잠에 들 거야. 오늘은 아침에 잘 거야. 괜찮아. 토요일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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