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꼬치에 담긴 추억 하나쯤 있잖아요
겨울이 되면 다들 주머니에 천 원짜리 지폐를 넣고 다닌다. 각자 조금씩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다. 타코야끼를 기다리는 사람, 붕어빵을 기다리는 사람, 호떡을 기다리는 사람, 국화빵을 기다리는 사람들. 나는 겨울이 오면 어묵을 기다린다. 찬바람을 맞으며 먹는 어묵은 맛이 다르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시험이 끝나고 집에 가던 길이었다. 시험 때는 학교가 일찍 끝나니 집에 빨리 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 나는 다음 날 있을 시험을 준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학교가 일찍 끝나는 것을 기다리던 단순한 학생이었다. 떡볶이를 먹으러 가던 학생들은 길을 걷다 포장마차 떡볶이집에 홀린 듯 들어갔다. 그 동네에 오래 산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 초등학교 때부터 있던 집이라나. 어쨌든 우리의 목적지는 떡볶이집이었으니, 오늘만큼은 그 떡볶이가 무한리필이 아니어도 괜찮다.
포장마차에 들어간 우리 세 사람. 떡볶이와 순대를 시키고, 어묵을 집어 먹는다. 떡볶이를 먹기 전 어묵 국물부터 먹는 게 진짜다. 그렇게 워밍업을 하는 거다. 그렇게 어묵꼬치를 하나 먹으면 사장님은 비닐이 감싸진 그릇에 떡볶이를 담아 우리 앞에 내준다. 우리는 너무도 추운 겨울에 겨우 바람을 피해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다.
왜 신기하게도 어묵은 끝도 없이 들어갈까, 꼭 이상한 승부욕이 앞선 어묵 많이 먹기 대결이 시작된다. 이미 1차로 어묵을 한 개씩 먹었던 우리 셋. 지금부터는 누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국물과 함께 한두 개씩 먹다 보면 어느새 내 꼬치는 4개까지 왔다. 나는 이게 한계다. 내가 생각보다 통이 크지 않다. 그런 대결에서 나는 항상 지는 쪽이다. 욕심이 많긴 한데, 많이 먹질 못한다.
지금은 그것보다도 훨씬 적게 먹는다. 그때처럼 어묵꼬치 5개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 올해 겨울이 오면 시험해보고 알려주겠다. 고등학교 때는 무슨 힘을 어디서 그렇게 쓰는지 진짜 잘 먹었다.
지금은 그 친구도, 그 포장마차 집도 내 곁에 없지만, 찬바람에 식혀지던 어묵꼬치 맛은 기억 속에 그대로 있다.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