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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의 쿼카 Apr 02. 2023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떠오른 것에 대하여,





"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 <쓰기의 말들>, 은유




광인들의 파티라고 불리는 1호선 출퇴근길, 틈틈이 핸드폰 메모장을 켜 글을 썼습니다. 공장에서 겪은 슬픔에 대해 단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슬픔을 견디는 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쓰면서 몸에 묶여있던 밧줄이 스르르 풀리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내 슬픔이 글 좀 쓴다고 견뎌질까 -

'글 좀 쓴다고 묵혀왔던 슬픔이 해방되면 그건 기적이지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정말 일어나긴 하더라구요.


공장 화장실에서 콧구멍에 휴지를 잔뜩 쑤셔 넣고 변기 위에 앉아서 울고 있었을 때, '아 이거 브런치에 쓸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글쓰기 소재가 또 하나 일어났음에 소소하게 감사하면서 말입니다.


날아갈 뻔한 슬픔을 잡아채어 줄줄이 문장으로 탄생시키면 되지, 뭐.


이 생각 하나가 생의 시련을 대하는 태도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제 슬픔은 브런치북과 함께 완성되었습니다.



슬픔이 완성되다 -

가능한 걸까요? 기쁨은 내 사람들, 내 일상을 지켜주는 것들로 완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반면, 슬픔은 미완성의 느낌이 강합니다. 짙어졌다가 옅어졌다가...



끝을 맺지 못한 슬픔이, 옷만 다르게 입고 다시 날 찾아오진 않을까 걱정하는 것.

미완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체할도록 삼키기만 했던 제 슬픔은 이야기가 되어 여러분들을 만나 비로소 완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글로 끝을 맺은 슬픔이 다시 절 찾아오는 것에 대해 전혀 두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슬픔을 완성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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