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의 늦은 저녁>
검은 강물 위로 불쑥
윤곽이 떠오른다
왜가리 한 마리가 깨어난다
고개는 꺼덕꺼덕
다리는 성큼성큼
기다란 부리로 강물을 휘젓는다
누구 하나 잠든 시간
왜가리는 홀로 강을 거닐며
주린 배를 채운다
때늦은 저녁밥은
좀체 나타날 기미도 없어
뱃가죽이 시끄럽게 요동친다
그때 불현듯
꼬르륵 소리를 덮어버리는
철컹철컹 기차소리
왜가리의 굶주린 호소는
인간들의 소리에 묻힌다.
서럽다.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수면
누구도 살지 않는 적막한 강물
그럼에도 왜가리는
눈을 부릅뜨고 어슬렁거린다
강에게 개걸한다
으악- 으악-
간절하게 우짖어 봐도
요란한 철로 소리에 묻혀 들리질 않네
왜가리는 오늘도 유리걸식에 나선다
닿지 않을 간청을 부르짖으며
검은 물속을 휘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