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떠버렸다

by 철인

<태양이 떠버렸다>


투명한 벽을 넘고

두꺼운 천 조각을 넘어서

내 눈꺼풀을 연거푸 두들기는

그 녀석이 왔다


취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면

정수리 끝에 가라앉아 있던

온갖 생각들이 아래로 주루룩

뱃속 깊숙이 고인다


한탄이 터져나온다.

오늘도 태양이 터버렸구나.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야 말았구나.


발밑에서 분투하는 인생을 양분삼아

붉은 피부를 살찌우는 저 태양은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이

컴컴한 어둠으로 내달릴 때즈음

그제야 물러가준다.


오늘도

태양에 짓눌려

하루가 시작하고

태양에 쫓기면서

하루를 보내다가

지근지근 태양에 시달리다 못해

하루가 끝난다.


오늘도 태양이 떠버렸다.

요동치는 인생 따위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태양이 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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