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패션쇼>
지리멸렬한 생각의 실타래를
이리저리 꼬고 엮고 주무르자
단편적인 장면이 모여
한 편의 필름이 되듯
한 마디, 한 문장, 한 단어를 모아서
한 벌 옷을 만들자
말과 생각의 옷을.
마땅한 옷도 없이
벌거벗고만 있던 말들이
고심 끝에 고른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선다
빳빳하고 어색한 옷차림새다
장식이 과한 매무새다
여기저기서 외면하는 탄식소리가 들려온다
그런가 하면
어쩌다 한 번씩
누군가의 마음을 쿡 찌르는 모델이 걸어나온다
내 심정을 그대로 옷으로 만든다면 저런 모양일까
어쩜 저렇게 포근하게 감싸주는 옷이 있을까
은은하게 스며드는 옷감의 빛깔은 또 어떻고
그렇게 마음에 들어가는 옷이 있다
벌거벗은 마음을 감싸주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