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리너구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리너구리,
딱 너처럼만 살고 싶어
오리라는 이름에 맞게,
넙데데한 부리 주둥이로
누긋누긋 해초 뒤져가면서
부채꼴 모양 물갈퀴로
유유자적 헤엄치면서.
또 한편으로는
너구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살 수도 있지.
부드런 원통같은 몸으로
푸근푸근 새끼들을 데우면서
짤뚱한 앞발로
이리저리 잠자리를 돋우면서.
그렇지만 나는
이름이 인간 밖에 없어서
인간이라는 이름에 맞게 살 수 밖에 없지
무언가 다른 게 되고 싶어도
결국 인간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짤막한 두 음절 이름이
나는 몹시 싫단다.
그러니 나도
더도 말고 더도 말고
딱 한 마디만 이름에 더하고 싶어
유유자적하게 떠다닐 수 있는
오리인간도 좋고
누군가를 위해 보송보송한 손을 내밀 수 있는
너구리인간도 좋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리너구리,
너처럼만 살고 싶어.
하나의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모습과 여러 이름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