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리너구리

by 철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리너구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리너구리,

딱 너처럼만 살고 싶어


오리라는 이름에 맞게,


넙데데한 부리 주둥이로

누긋누긋 해초 뒤져가면서


부채꼴 모양 물갈퀴로

유유자적 헤엄치면서.


또 한편으로는

너구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살 수도 있지.


부드런 원통같은 몸으로

푸근푸근 새끼들을 데우면서


짤뚱한 앞발로

이리저리 잠자리를 돋우면서.


그렇지만 나는

이름이 인간 밖에 없어서

인간이라는 이름에 맞게 살 수 밖에 없지


무언가 다른 게 되고 싶어도

결국 인간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짤막한 두 음절 이름이

나는 몹시 싫단다.


그러니 나도

더도 말고 더도 말고

딱 한 마디만 이름에 더하고 싶어


유유자적하게 떠다닐 수 있는

오리인간도 좋고

누군가를 위해 보송보송한 손을 내밀 수 있는

너구리인간도 좋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리너구리,

너처럼만 살고 싶어.


하나의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모습과 여러 이름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SSI_20180322093629.jpg
p1065610930800007_140_thum.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