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의 방에 가야 잠이 잘 온다

by 철인

"야, OO! 니 방 가서 자라."


우리 자매가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베스트 5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네 방 가서 자라"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동생은 내 방에, 나는 동생 방에 가기만 하면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불면증? 잠들기에는 이른 시간? 상관없다. 서로의 침대 위에 눕기만 하면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거짓말처럼 스르륵 잠에 빠진다. 베개에 머리만 대는 그 순간부터 머리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되고, 눈꺼풀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지다가 이내 도롱도롱 코를 곤다.


처음에는 내 동생만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동생에게 "너는 내 방에만 오면 자더라?"하고 놀리는 게 일상다반사였는데, 나중에 내가 동생 방에 가보니 나도 어느 샌가 꿈벅꿈벅 고개가 내려가더니 쿨쿨 잠에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은 "언니도 내 방에 오니까 불면증이 싹 낫네"라면서 낄낄 웃었다.


나랑 내 동생은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서로의 방에 눕기만 하면 잠에 빠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자다 보면 어느 새 새벽 1시나 2시가 되어서, 그때까지 깨어있던 다른 쪽이 "니 방 가서 자라"고 툴툴거리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동생한테 한 번 물어봤다.


"야, 너는 내 방에만 오면 그렇게 잠이 오냐?"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언니 방에만 오면 그렇게 잠이 잘 와. 침대랑 베개도 푹신푹신하고, 따뜻하고..."

"그래? 나는 네 방이 더 푹신하고 따뜻하던데..."


그때는 이 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우리가 서로의 방을 어떻게 생각했었는지가 드러난다. 우리가 각자 혼자 있을 때 그 방은 특별히 포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방이었다. 정말로 평범한 곳, 집의 일부분, 나 혼자만의 공간.


하지만 서로와 함께 있으면 그때부터 방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게 된다. 그 대신, 따스하고 노곤노곤한 공간으로 일변한다. 특별한 대화 주제가 없어도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고, 쉴 새 없이 머릿속을 휘몰아치던 고민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사라진다.


그리고 잡생각이 물러난 빈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평안함이 찾아오고, 그와 동시에 전신의 근육이 나른함에 젖어든다. 그렇게 되면 잠에 드는 건 시간 문제다. 그리 생각하니 우리 자매가 서로의 방을 최고의 '꿀잠 플레이스'로 부르는 것도 납득이 간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장소.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이 그저 순수하게 장난치다가, 지치면 서로 한 침대에 누워서 단잠을 잘 수 있는 장소.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방은 타임 머신이 되고, 나는 거기에 타서 편안한 기분에 젖을 수 있다.


오늘 밤에도 나는 동생과 타임 머신을 타고 꿈나라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내 방은 거대한 침대가 되어서 우리를 포근하고 따스하게 감싼 채 꿈나라를 이곳저곳 날아다닐 것이다. 마지막에는 먼저 눈을 뜬 쪽이 다른 쪽을 흔들어 깨우면서 이렇게 말하겠지.


"야, 니 방 가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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