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아이>
어릴 적부터 항상 듣던 말
야는 머리가 좋아서,
야는 똘똘해서,
야는 똑띠라서.
커서도 그대로 똑똑할 줄 알았다
세상만사 시험문제처럼
오지선다로 풀어가면 될 줄 알았다
달달 외우면 술술 풀릴 줄 알았다
그게 아니더라
공부머리는 일머리가 아니더라
세상은 객관식도 주관식도 아닌
주객식이더라
누군가가 주가 되고
내가 객이 되어
객이 주에게 맞춰가는
피말리는 눈치게임이다
어릴 적부터 항상 듣던 말이
지금은 다르게 들린다.
야는 머리만 좋아서
야는 공부만 해서
야는 책으로만 세상을 배워서
야는 책상 앞에서만 똑띠라서
한때 머리 좋았던 어른은
만만만, 한정 보조사에 묶여
영문도 모른 채
바보 대열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