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착해서 그래>
애가 착해서
아무 말 없는 줄로만 알았다
뭐든 시키는 대로 척척해내니
불만 하나 없는 줄 알았다
공부도 잘해
인사도 잘해
반항 한 번 안해
자기가 알아서 공부해
그래서
아무 문제 없는 줄로만 알았다
애가 착한게 아닌데
마음이 꺾여버린 것도 모르고
소리칠 기운이 없어 침묵하는 것도 모르고
반항할 기력이 없어 순순히 따라가는 것도 모르고
침묵이 곧 납득인줄 알고
그저그저
착한 줄로만 알았다
제가 착한 건
당신들이 제 입을 막아서 그래요.
오늘도 말을 못한다.
가슴 속 워낭소리만
뎅그렁뎅그렁 대신 울리며
소처럼 끌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