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습실에서 기숙사로

by 철인

<자습실에서 기숙사로>


띵동땅동

숨막히는 침묵을 깨는 벨소리에

무거운 엉덩이를 든다


나란히 나란히

어둠 속으로 걸어가면

우중충한 비상구 불빛이 눈을 부라리네


까아만 암흑 속에서 벗어나

녹빛 가득한 바깥으로 달려가는 비상구 속 사람은

화사한 빛에 둘러싸여 환호한다


다시금 다시금

어두침침한 복도를 걸어가는데

문득 벌레가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네


누가 볼 세랴 얼른 옷을 들추고

바싹 세운 손톱으로 살갗을 긁어내리면

오돌토돌 빨간 반점에서 피가 주륵주륵 흐른다


얇다란 옷감에 붉은 웅덩이 고이면

그제야 벌레가 떠나간다

살갗을 실컷 물어뜯어야 만족스럽다


축축한 다리 끌고 다시 나아가자

절름절름 어긋난 발소리가

유일한 길동무다


따끔한 통증이 웅성웅성 일어날 즈음

한탄이 한숨이 튀어나온다

어둑시니야 너라도 나와주련

나와서 내 머리를 으깨주련


그러면 이 통증이 가실텐데

그러면 이 가려움이 가실텐데


절룩거리는 발걸음으로

언제쯤 도착하려나

언제쯤 골인하려나


가도가도 끝이 없는 천리길

눈섭도 짐이 되는 이 길 위를

피주머니 짊어지고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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