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볼란다>
나이 스물 되던 날
엄마가 말해준 청천벽력 같은 소리
이제는 세월이 살같이 날아간단다
눈만 깜빡여도 일년
숨만 쉬었는데 서른
바쁘게 살다 보면 마흔
어어 하는 새에 반백살
과연 어른들 말은 틀린 게 없다
달력 넘어가는 속도에
엔진이 붙은 것마냥
시침 분침 돌아가는 속도에
추진기 붙은 것마냥
눈 깜짝할 새에
하루 이틀 사흘
한달 두달 세달
일년 이년 삼년
야 세월아, 너 참 야속하다
나 힘들 땐 그리도 무겁게 짓누르더니
지금은 내가 살맛나는 꼬라지 보기도 싫어서
걸음아 날 살려라, 꽁무니를 쏙 내빼냐
네가 그리 나오면
나도 수가 있다
이제 시간은 쳐다도 안 볼란다
내 나이도 기억 너머로 흘려 보내련다
뒤에 쌓인 퇴적물도
앞에서 맹렬히 돌진해오는 부유물도
아예 안 볼란다
눈을 감아 버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