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참 길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친구의 부탁을 받아 서울로 상경하여 가게를 봐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처음 해보는 업종이라 첫 몇시간은 허둥댔지만 딱히 어려울건 없는 내용들이라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생긴다. 집이 부산인 나는 서울까지와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엄청난 결정이었다. 물론 몇일밖에 안되긴 하지만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상황이기에 와이프에게 의견을 구했다.
나 : 00가 가게 몇 일만 좀 봐주라고 부탁하는데.. 어떻게 하지?
와이프 : 00오빠? 그 오빠는 서울에서 일 하잖아??
나 : 응. 진짜 부탁할 사람이 없나봐. 부산사는 나한테까지 연락한거보면..
와이프 : 음.. 오빠는 하고 싶어?
나 : 아니.. 근데 뭐 몇 달도 아니고 몇 일이기도 하고 짧게해서 용돈이나 벌까 싶어서..
와이프 : 돈을 준대? 얼마나??
나 : 하루 일당 20만원 쳐준대.
와이프 : 몇시부터 몇시까지?
나 : 점심시간부터 새벽까지.
와이프 : 뭐야 그럼 12시간을 훌쩍 넘기네?
나 : 새벽장사도 하니까 그러겠지..
와이프 : 밤 잠 많은 오빠가 새벽에 일할 수 있다고?
나 : 나도 그게 제일 걱정임. 밤에 졸릴까봐..
와이프 : 내 걱정은 안되냐??
나 : 응?? 되지~ 우리 하루도 보고 싶을테고..
와이프 : 오빠가 해보고 싶으면 해~ 근데 내가 많이 외롭겠당
나 : 에이 그냥 거절할까..?
와이프 : 오빠가 결정해봐.
나 : 그럼 일단 가볼게.
그렇게 썩 시원스럽진 않게 부산을 떠났고, 4일째 가게에서 먹고 자는 중이다. 와이프가 출근을 할 때면 늘 씨씨티비를 켜두고 나가서 한 번씩 보이는 하루를 보면 괜스레 미소를 짓게 된다. 이게 바로 주말부부같은 느낌이구나. 사실 나는 어제 부산에 내려갔어야 했다. 3일만 봐달라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결정한 부분이었는데 말이다.
친구 : 00아 진짜 진짜 진짜 미안한데..하루만 더 봐줄 수 없겠나?
나 : 엥? 왜?? 갑자기?
친구 : 일이 또 생겨버려서..아 미치겠네
나 : 안된다. 나도 집에 3일만 갔다온다고 했다.
친구 : 아..잘 좀 얘기해보면 안되나? 진짜 급해서 그렇다.
나 : 아니 뭐 급한일인데 내 없으면 어쩔뻔했노?
친구 : 니 있으니까 이렇게 부탁이라도 한다. 제발..
나 : 있어봐 집에 얘기나 일단 한번 해볼게.
친구 : 어어 진짜 고맙다.
나 : 아직 모른다. 확신 가지지 마라
음..변수가 생겼다. 일이 힘들어도 3일만 있으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하루가 더 늘었다. 와이프한테 뭐라고 말하지..어찌저찌 잘 얘기를 마무리해서 하루 더 봐주기로 한 오늘이다.
친구는 만약에 내가 처음부터 부탁을 거절했다면 이 가게는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잠깐 문을 닫았을까? 아니면 나같은 사람을 끝까지 찾고 있었을까? 일은 어차피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가 하는 일을 해보니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도대체 얘는 그럼 언제 자기 시간을 가지면서 살고있다는 말이지?
뉴스를 보면 자영업이 힘들다, 어렵다, 대출상환도 안되고 있다 등등의 여러 기사거리가 쏟아지는데 이 친구의 가게를 봐주면서 드는 생각이 '쉬는 날이 없어서 힘들다' 또한 포함되는 것 같다. 어떻게든 가게를 유지는 해야겠고 유지를 하자니 몸이 하나라 그 외적인 부분은 너무 제한적이다. 일당 20만원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매출은 아닌 것 같지만 남는 것 없어도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싶은 자영업 사장님의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 어쨌든 친구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부탁을 받았으니 일당만큼 아니, 일당 이상의 노동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친구에게 자기 가게를 맡기는 것이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친구가 아니라 다른사람에게 위임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더 큰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