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 부작용

by 정지이

[밀리의 서재]를 정기구독하여 이용한 지가 어느덧 2년이 지나간다. 2년 동안 많은 책을 보았고 거기서 얻어지는 인사이트는 정말 2년 전의 나와 확실히 비교가 될 만큼 긍정적인 마인드가 많이 탑재된 것 같다. 그러나 반면에 부정적인 감정이 아예 없진 않았으니.. 어떤 책이 나쁘다 싫다는 건 아니다. 굳이 꼽자면 '자기 계발서'를 얘기하고 싶다.


성공에 목말라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에 나와있는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분명히 느낄 것이다. 바로 열심히와 꾸준히이다. 그러면 성공의 기준을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 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와 꾸준히 그리고 하기 싫어도 묵묵히, 하기 싫어도 꾹 참고 이겨내고 버텨내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때 궁금한 것이 생긴다. 과연 이 책들의 저자들은 본인들이 이뤄내고 이런 말들을 하는 걸까? 찾아보기로 했다. 음.. 역시나 개인들의 자산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뤄낸 것들이 드러나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화려한 필력으로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한참 생각해 낸 결과, 아..! 이 분들은 작가니까 책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이겠구나..

그렇다. 실제로 자기계발서적을 집필을 하는 것이 본인들의 직업이고 사업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대단하신 분들의 의견과 나는 조금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강박에 갇히게 된다면,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수록 삶이 더욱 고되어지지 않을까? 결국 성공의 기준은 본인 개개인의 선택일 텐데 마치 정해진 성공의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그 하기 싫은 일을 늙어서도 계속해야 할 테고 그게 과연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일까?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 불행한 점은 이러한 오해가 자기계발시장을 거치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성공한다'라는 경구로 와전되어 퍼지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수년 전부터 우리 삶이 유행하듯 번졌던 단어가 있다. 바로 '워라밸'이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약자로 일과 본인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유행했듯이 워라밸자체를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깝지만 그 워라밸이란 단어의 기저에는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아닌가? 일과 삶이 철저히 분리되어 삶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일을 줄이거나 일하는 시간을 조정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워라밸을 가지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처럼 세뇌되어 왔다. 나만 이게 이상한 건가?


나는 놀고 즐기고 앉아서 티비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다. 꼭 생산적이 활동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를 위해 쓰고 싶다. 예능이나 유튜브를 보며 내 시간을 그들의 생산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 그래서 나는 꼭 필요한 정보나 궁금한 것들을 찾기 위해서만 유튜브를 본다.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 나도 정보를 얻어갔으니 억울하진 않다. 특히 요즘에 자주 찾는 것이 요리레시피이다. 얻었고 활용했고 만족한다. 그러니 내 시간은 버려진 것이 아니다. 배움의 시간이다. 그리고 난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집중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자 일이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공부가 재밌었어요"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우 재수 없어..라는 농담 섞인 비하를 주로 이룬다. 그러나 이들은 현실적인 여건과 육체는 힘들었을지언정 이해 안 되는 부분을 하나씩 돌파할 때마다 뇌는 신나서 그 시련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책을 많이 읽어야 성공한다고 하더라. 나는 그 말에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주변 지인들만 봐도 그렇다. 주차장크기만 500평이 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 전국 4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선배님, 과일장사로 월에 억대 수입을 얻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보는 시간보다 사람을 만나 소주한 잔 하며 관계쉽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이다. 5년 전만 해도 나와 다를 바 없던 생활양상을 보이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 사람들은 5년이란 시간 동안 자산의 규모를 마치 게임하듯이 키워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나 : 트럭 몰고 고기 납품하면서 월급 300도 못 받다가 어째 된 거고? 로또가?

친구 : 아이다.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힘들어서 맨날 일 끝나고 같이 술 먹다가 함 질러볼까 하다가 요까지 온 거다. 그냥 운이다 나는.


나 : 형님 센터를 한두 개도 아니고 47개를 어떻게 열었습니까?

선배 : 500만 원으로 코딱지만 한 센터하나로 그냥 밥만 먹고살자 하다가 회원 중에 나한테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이 생겨서 한 개 더 하고 그렇게 4개 지점까지 직영하다가 몸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이게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운영시스템 매뉴얼화해 가지고 다 위탁으로 운영하는 거야.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고 망하는 센터 대부분은 매뉴얼이 안 잡혀있어서 그런 거거든. 난 뭐 그 회원 잘 만나서 요까지 온 거지. 운이 좋았지.


아! 첫 번째 친구는 이 말을 강조했다.

"운칠기삼? 아니다. 내가 볼 땐 운구기일이다."


난 그때서야 깨달았다. 어쩌면 운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이미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게 운인지 알아볼 수 있을 시야가 생기려면 준비된 노력이 '1'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기 계발서는 본인이 어떤 것에 몰두하다 지쳤을 때 동기부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집중해서 읽다 보면 마치 본인이 그렇게 된 사람처럼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이 언젠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것 아닐까. 그러면서 도태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지식으로, 어떤 행위로, 어떤 일로, 어떤 분야로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계획을 상상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낮은 계단부터 먼저 올라가야 뒷 발이 따라 올라온다. 본인의 신체능력을 인지 못한 채 급한 마음에 두세 칸씩 뛰다 보면 발목이 접질려져 다시 내려와야 할 수도, 체력이 금방 소진되어 끝까지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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