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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예술, 협력으로 함께 만드는 사회

by Impresario

정치적 갈등, 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분열, 기술혁신의 혼란까지 겹쳐지는 지금, 우리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갈라진 사회를 잇고, 위기를 돌파할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 중 하나가 ‘협력’이다. 협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이며, 이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협력의 영어 단어 어원을 보면 흥미롭다. ‘co’는 ‘함께’를, ‘operation’은 ‘opera’ 즉, 프랑스 작가 로망 롤랑이 찬미한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한 아름다운 꽃인 오페라’ 예술 작업에서 비롯된 말이다. 오페라는 음악 장르를 넘어, 다양한 예술 요소가 하나의 무대를 위해 협업하는 종합예술이다. 다시 말해, 영어의 cooperation은 ‘함께 오페라를 만드는 행위’이며, 예술이란 본질적으로 ‘함께 일하는 일’, 곧 공동의 창작을 통해 완성되는 작업인 것이다. 오페라의 어원인 ‘opus’는 라틴어로 ‘일(work)’ 또는 ‘작품’을 뜻한다. 클래식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Op.1’, ‘Op.95’ 같은 표기도 이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예술은 결국 ‘작품’을 만드는 일이자, 본래 ‘함께(co)’ 해야 가능한 일이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역시 마찬가지다. ‘co’와 ‘labor’, 즉 ‘함께 노동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서로 다른 사람이 힘을 모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창작 세계를 넘어, 서로 다른 전문성과 경험을 융합해 시너지를 만드는 게 바로 협업이며, 이것이 예술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다.


예술은 창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본질에는 협력 교류 연결, 그리고 네트워크가 내재되어 있다. 다양한 감각과 생각이 만나야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예술은 비로소 살아 숨 쉰다.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본성을 놀이하는 존재로 설명하며, 놀이 역시 협력과 약속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예술이란 결국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의미 있는 놀이’이며, 그 핵심에는 협력이 있다.


오늘날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분열,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 확대 속에서, 예술이 주는 메시지는 더욱 중요해진다. 예술은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사회를 치유하고 연결하는 수단이다. 예술가가 혼자 고립되어 창작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예술가들이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 타 문화권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문화정책 역시 이 흐름을 따라야 한다. 단순한 예술 창작 지원을 넘어, 예술과 사회의 연결을 촉진하고 협력과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의 문화정책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민과 협력해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술은 연대와 협력의 경험을 제공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장이 될 수 있다.


협력을 위한 조건도 중요하다. 공정성(Equity) 다양성(Diversity) 포용성(Inclusion)은 진정한 협력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할 때, 협력은 단순한 수단을 넘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문화예술이 이 가치를 선도해야 하며, 나아가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인류 역사 속 위대한 문화와 문명들은 모두 협력과 포용·다양성의 가치를 기반으로 번영을 이루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은 정복한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했고, 로마 제국은 다양한 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며 문화를 공유했다. 이슬람 제국은 이질적 문명을 융합해 도서관이라는 ‘지혜의 집’을 중심으로 학문과 예술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러나 이러한 포용과 다양성이 무너지는 순간, 제국은 분열과 쇠퇴를 겪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이다. 예술은 다양성과 포용을 실천하는 인간의 고귀한 협력 행위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핵심 언어다. 이제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물음 앞에 서 있다. 협력의 감각을 되살리고, 예술이라는 언어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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