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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Mar 09. 2021

그곳에는 거북손이 많다

어느덧 소록도에 들어온 지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나갔다. 오늘은 소록도 해안가를 거닐면서 문득 내 생애의 깊어진 겨울을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렇게 햇살 고운 날 바람으로 선다면, 유리알 같은 푸른 하늘에 바다로 선다면 지상의 모든 생물들에게까지 사랑으로 대하면서 소록도를 살아가야 되겠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여유를 만끽하며 오전의 따사로운 겨울 햇살 속에 소록도 해안가로 향했다. 파도 조각은 하염없이 부서지며 햇살을 되쏘고 있었다. 거북손이 널려있는 방파제에 다다랐다. 


어제 거북손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던져놓은 통발을 건져 올리다가 갯바위 사이를 보니 거북손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거북손은 십여 년 전, 거제도에서 외도 갈 때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또 몇 년 전, 강호동의 일박이일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대중들한테 알려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북손의 맛은 어떨까? 한창훈 작가는 그의 저서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에서 거북손은 모든 양념을 물리치는 맛이라고 했다. 내가 먹어 본 거북손의 맛은 조개의 맛이기도 하고 독특한 바다의 맛이기도 했다. 


거북손은 갯바위 틈 사이에서 바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아구가 좋아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뗄 수 없었다. 굴 따는 도구를 이용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찢어지고 깨지기 일쑤였다.  왜 거북손이 다른 해산물에 비해 고가에 거래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위험하기도 했다. 거북손을 따는데 몰입하다 보면 주변에 배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뱃전이 만들어낸 파도가 해일을 일으키면서 어느 순간 갯바위에 물이랑을 쏟아부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배가 지나가면 작업을 멈추고 갯바위 위로 올라와 물이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지만 자칫하다가는 일거에 물 폭탄을 맞을 수도 있었다. 


겨울의 햇살 아래 정신없이 거북손을 따다 보니까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싸리 겉옷을 벗고 반팔로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해서 약 삼십 분 정도 수확한 중량이 삼 키로 정도 되는 것 같다. 


거북손을 잡고 갯바위를 벗어나 방파제에 도착했을 때 소록도 직원을 만났다. 미끼가 떨어져서 녹동항에 미끼 사러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 직원은 지금 낚시에 빠져 있다. 프로 낚시기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낚시가 되었든지 무엇이 되었든 욕망이 응결되어 꿈으로 치환되는 것은 기실 아름다운 일이다. 십 년 전 정작 감동으로 읽은 김수영의 저서 ‘멈추지 마, 꿈부터 써 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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