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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Feb 06. 2022

영화 '기적', 소년이 쏘아 올린 간이역    

넷플릭스에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감동이 있을 것 같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맞아 떨어졌다. 이 영화를 혼 후의 감동과 흥분은 아직도 어떤 격정이나 울림처럼 도가니 가득 진한 감동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는 격오지인 봉화마을에 사는 물리 천재 소년 정준경이 대통령에게 간이역을 만들어 달라고 54번째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고등학교생인 준경이를 좋아했던 라희는 청와대에 보내는 준경의 편지를 몰래 훔쳐보고 왈순이처럼 대통령이 편지를 읽지 않은 것은 준경이의 사투리와 맞춤법이 틀렸기 때문이라며 맞춤법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한다.  또한 장학퀴즈 대회에 나가거나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면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으니 대통령을 직접 만나 편지를 전해주라는 방법론까지 제시한다. 


둘의 우정이 싹 틀 무렵, 아버지가 국회의원이었던 라희는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준경이와 같이 가고 싶어 했고 부모의 승락마저 받았다. 결국 보슬보슬 보슬비가 내리는 날, 중경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서울로 떠나는 라희를 멀거니 몰래 훔쳐보다가 눈물짓고 만다.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간이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기차역으로 가는 둘레길이 멀어 부득이하게 위험천만한 철로를 지름길로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이 철로를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결국 준경의 어머니마저 철로를 걷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자 준경은 철로의 진동을 이용하여 철도 횡단기를 개발한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결국 철도 횡단기가 고장이 나서 하나밖에 없는 누이마저 잃게 된다. 준경은 그 모든 것이 본인 탓이라며 자책하며 간이역 신설은 이루어야 할 절대적 가치로 부여한다. 결국 끊임없이 청와대 편지에 보낸 천신만고 끝에 답장을 받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간이역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88 올림픽을 앞두고 예산이 없다는 공수표 같은 답이었다.

준경은 포기하지 않고 마치 우공이산(愚公移山)처럼 간이역에 들어설 공터에 직접 삽을 들고 공사를 시작한다. 마을 주민들도 이에 감복하여 하나 둘 모여들어 간이역 건설을 돕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럴싸한 양원역인 간이역이 완성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개통식을 하지만 양원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기차 매뉴얼에 없기 때문이었다.


한편 물리 선생님은 준경이 아버지를 만나 준경이가 미국 NASA에 국비로 유학 갈 수 있는데도 간이역을 위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있다며 내일 아침 9시에 서울에서 시험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준경의 아버지 태윤은 기관차를 운전하다가 물리선생님의 마지막 말을 곱씹는다. 마침내 마이크를 잡고 아들인 준경을 위해서 매뉴얼에도 없는 안내 방송을 한다. 


- 정정합니다. 정정합니다. 이번 정차역은 양원역입니다. 정차시간은... 정차시간은... 10분입니다. 


준경의 아버지는 원칙주의자였다. 하지만 아들 준경이의 시험을 위해 징계와 어쩌면 사직당할 수 있음에도 승인 나지 않은 양원역에 기차를 세운 것이다. 아버지는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누워있는 준경이를 다그쳐 깨운다. 


- 뭐 하고 자빠져 있니? 얼른 서울 갈 준비 안 하고? 

- 됐다. 늦었다.

- 지금 가면 된다. 양원역에 열차 기다리고 있다.


기차에서 내린 준경의 아버지는 준경이를 직접 자동차에 태우고 서울로 달려간다. 하지만 서울을 처음 밟은  아버지는 운전에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시험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교문은 잠겨 있었다. 하지만 딴 전을 피우는 척하면서 학교 수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강제로 교문을 열고 준경이를 들여보낸다. 준경은 뛰어 들어가 시험을 보게 된다. 


준경이가 그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다. 준경이는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날, 준경이 아버지와 준경이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서로의 깊은 내면에 대해 성찰한다. 아버지는 본인이 직접 몰았던 열차에 의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고 평생 준경이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어서 자살을 시도했었다. 준경이 역시 누이가 본인의 트로피를 지키기 위해 철로에서 떨어져 죽었기에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한으로 살았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준경이가 검문대를 통과하는데 라희가 나타난다. 둘은 공항에서 부둥켜안고 서로 입을 맞추면서 기다리겠다며 약속을 하며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우리 집도 가난했었다. 하지만 그 가난은 다행히 존엄하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실업계 공고를 나온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열심히 공부한 것도 있지만 어쩌면 그 사회가 만들어 낸 기회였는지도 모르겠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이제 전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신분상승으로 가는 계층 간의 바로미터도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것은 꿈에 가닿을 항구마저 잃어버리는 것 같아 서글퍼지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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