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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공주병 유발자

아들은 엄마의 마음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는 재주가 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문득, 예쁜 말로 엄마를 와락 안아준다.

설거지를 하는 엄마에게 콩콩 걸어와

"엄마는 루피보다 예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는 언제부터 예뻤어?"     

잠들기 전에  

"엄마는 아침에 봐도 낮에 봐도 저녁에 봐도 밤에 봐도,

볼 때마다 예뻐."

과자 한 입, 우유 한 모금 먹더니

"엄마는 예뻐서 인기가 좋겠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면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 나 유치원에 있는 동안 뭐했어요?"  

샤워하는 내내

"엄마는 공주님이야. 핑크색 공주님."

둘이 손 꼭 붙잡고 걸어가다가

"엄마는 핑크색 꽃같아. 좋은 향기가 나."


이런 적도 있다.

유난히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드는 날,

혼잣말로 " 왜 이렇게 못 생겼지."라는 말을 했더니

아들은 '불이야'를 외치듯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엄마 예뻐. 엄마가 제일 예쁘단 말이야."

발을 동동 구르면서.     

콩깍지가 단단히 쓰인 아들 덕분에

엄마는 이 나이에 공주병이 생기고 말았다.


아들이 준 첫 생일 선물. 받는 거에 익숙한 아들이 주는 기쁨을 알게 하기 위해 올해부터 엄마 아빠 생일날 선물을 고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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