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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엄마 VS 티라노사우르스  

수없이 다짐했지만 잘 안 되는 것. 아들에게 화내기 않기다.

화를 다스리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나 보다.  

종종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엄청난 양의 화를 쏟아 내고 만다.

정해놓은 선을 넘어가면 왜 이렇게 화부터 나는지.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잘 가르치면 되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가장 한심한 건 훈육으로 시작했지만 괜한 내 분에 못 이겨 감정을 끝까지 터뜨릴 때다.

마녀에서 엄마로 돌아오는 시간이 느려질 때마다 죄책감도 더 짙어진다.

사실 아들은 엄마의 폭발을 감당할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밥 먹을 때 장난치기, 뭐 사달라고 떼쓰기, 집 어지르기,

소파에서 뛰기 등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말썽을 부릴 뿐이다.

아이를 혼낸 이유를 나열해보니 내 감정 컨트롤 센터가 더 한심하다.

게다가 혼난 채로 잠이 든 날은 아들의 얼굴이 푹 절여져 안쓰럽다.  

꿈나라 여행을 악몽으로 바꾼 건 아닌지...

자는 아들의 가슴을 가만가만 쓸어내려본다.

이렇게 혼내놓고 미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은 모르겠지.



그래서 아들은 엄마를 무서운 사람이라고 광고하고 다닌다.  

다른 아이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으면, 그 엄마에게 후다닥 달려가

"우리 엄마가 더 무서운데, 크아아앙,

우리 엄마가 티라노사우스르보다 무서운데, 크와앙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데 크아앙."라며 소리친다.

두 팔을 뒤로 힘껏 젖힌 채.     

아들이 이럴 때마다 자꾸 눈동자가 아래로 향한다.

티라노사우르스에서 울트라사우르스로 변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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