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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꼬마 기상캐스터

아이 낳고 달라진 점 두 가지가 있다.

무뎌진 날씨 변화 감지력, 대폭 축소된 걷는 시간.

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집이 주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무작정 걸으며 오늘의 날씨를 즐기는 게 유일한 취미였는데 아쉬운 일이다.      

다행히 이 아쉬움은 올해 봄부터 좀 해소됐다.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셔틀버스를 타러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계절을 촘촘히 새겨보고 있다.

계절의 냄새, 몸에 닿는 그날의 온도, 나무의 모양, 바람의 손길, 하늘의 색깔 등.


무엇보다 반가운 건 스치듯 지나가버리는 환절기의 설렘이다.

겨울이 봄으로 변하는 사이

맵던 코끝이 풀리며 소릇이 전해지는

풋풋한 기운,

여름이 새초롬한 봄을 보내면서

퍼뜨리는 초록 내음,

초가을이 전하는 맑은 잔향,

겨울의 문턱에서 낙엽이

쌓인 자리를 적당히 어지럽히는

서느런 바람. 모두모두.


계절과 깊게 사귀는 엄마와 걷다보니 아들도 날씨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겨울이 휩쓸려 오고 있어."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몸이 간지러워.    

"자외선은 우리 피부를 공격해. 선크림을 발라야 해."

"나뭇잎이 초록색이었는데 점점 빨갛게 물들어. "

"오늘은 앞이 안 보일만큼 안개가 심하네."

"장마 기간이라 비가 퍼붓고 있어."


오늘도 우리는 손을 꼭 붙잡고 발을 번갈아 떼어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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