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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아빠 별에서 왔지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우선 황새, 삼신할머니 등은 너무 올드해서 패스.

그렇다고 새로운 아기 배달 매개체를 만들자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자, 난자는 너무 공식적인 느낌이고, 그래서 내린 결론.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생각나는 대로 답하자.'    

그렇게 질문은 자연스럽게 잊혀갔다. 그동안 아들은 하루를 차곡차곡 잘 쌓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답변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들이 내 배를 콕콕 찌르며 물었다.

"엄마 나 아주아주 작은 아가였을 때, 여기에 어떻게 들어갔어?"

피식 웃음이 났다. 

배에 들어가는 방법이 궁금한 아들의 머릿속이 귀여웠다.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빠 별에서 슝하고 엄마 바다로 왔지."

"응? 아빠 별? 엄마 바다?"

"아빠 몸에 있던 네 별똥별이 엄마 뱃속에 있는 바닷속으로 들어온 거야.

그래서 엄마랑 탯줄로 연결됐지."

"밧줄?"

"아니 탯줄. 밧줄 같은 건데 엄마랑 너를 이어줬던 끈 같은 거."

"줄다리기할 때 줄? 그럼 밧줄, 아니 탯줄은 어딨어?"

"그건 아빠가 잘라주셨지."

"왜? 아빠 미워."

"계속 탯줄이랑 연결돼 있으면 너를 강아지처럼 엄마가 끌고 다녀야 해서 자르신 거야."

"아, 그렇구나. 난 강아지 아니니까 밧줄, 아니 탯줄 없어도 돼."        


'엄마 뱃속에 어떻게 들어갔나' 질의응답 시간을 무사히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캄캄한 밤하늘에 유난히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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