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다섯, 일곱 아 다시 다시."
"일, 이, 삼, 사, 오, 칠, 팔 다시 다시."
사과 그림을 꾹꾹 손가락으로 짚으며
숫자 읽기 연습을 하는 아들.
제법 잘 하지만 항상 쏙 빼버리는 친구가 있다. 숫자 6.
섭섭할 만큼 어김없이 다섯 다음엔 일곱, 오 다음에는 칠이 나온다.
오 다음에 육이나올 거라 기대하며
아들의 입술이 동글동글 오므려지길 지켜보는 게 벌써 몇 달째.
안타깝게도 6은 여전히 외톨이다.
아들에게 6의 결석 이유를 물어보면
"나도 몰라."만 반복한다.
그래서 오늘은 단념한 말투로 이렇게 말해버렸다.
"에이 그래, 나중에 퇴근시간 6시만 기다리는 어른이 될 텐데.
그때 되면 제일 좋아하는 숫자도 6이 되겠지 뭐."
아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6이 엄마한테
혼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대뜸 '여섯아 미안해. 이제 너가 엄마한테 혼나지 않도록 안 까먹을게."
숫자 6은 이 깜찍한 사과를 받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