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숫자 '6'아 미안해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곱 아 다시 다시."

"일, 이, 삼, 사, 오, 칠, 팔 다시 다시."     

사과 그림을 꾹꾹 손가락으로 짚으며

숫자 읽기 연습을 하는 아들.

제법 잘 하지만 항상 쏙 빼버리는 친구가 있다. 숫자 6.

섭섭할 만큼 어김없이 다섯 다음엔 일곱, 오 다음에는 칠이 나온다.


오 다음에 육이나올 거라 기대하며 

아들의 입술이 동글동글 오므려지길 지켜보는 게 벌써 몇 달째.

안타깝게도 6은 여전히 외톨이다.

아들에게 6의 결석 이유를 물어보면

"나도 몰라."만 반복한다.


그래서 오늘은 단념한 말투로 이렇게 말해버렸다.

"에이 그래, 나중에 퇴근시간 6시만 기다리는 어른이 될 텐데.

그때 되면 제일 좋아하는 숫자도 6이 되겠지 뭐."

아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6이 엄마한테

혼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대뜸 '여섯아 미안해. 이제 너가 엄마한테 혼나지 않도록 안 까먹을게." 

숫자 6은 이 깜찍한 사과를 받아줄까.




작가의 이전글 포토그래퍼 아들의 뮤즈는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