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공식 포토그래퍼인 아들.
이 포토그래퍼의 절대적 뮤즈는 엄마, 곧 나다.
엄마만 찍겠다며 옆에 있는 아빠를
굳이 손으로 가려버리는 불효 실천도 서슴지 않는다.
불효 실천 사진은 토털 76장.
필름 값 걱정은 없지만
무분별한 작품 활동을 정리하는 게 더 일이다.
아들의 작품은 극단적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가져가더니,
뮤즈의 모공 개수를 세려는 건지 너무 가깝게 들이댄다.
그래서 저기 ‘좀’ 멀리 가라고 했더니
아주 '머어어어어어얼리' 가버려서 개미만 하게 찍어줬다.
이 정도면 중간을 모르는 남자.
그래도 A/S는 확실하게 해주는 편이다.
키가 작아 굳이 쪼그려 앉지 않아도
낮은 앵글을 연출할 수 있어, 다리가 길게 나온다.
이런 종류의 사진이 그 예다.
수백 장을 버리고 건진 소중한 사진들은
다리가 길게 나온다.
아들은 오늘도 재촉한다.
"핸드폰 줘봐요. 엄마 찍어줄게. 이쁜~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