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글게둥글게 Oct 22. 2023

마이웨이

요즘 사람들은 참 열심히 산다.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무언가를 해내며

시간을 촘촘히 누린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와는 별개의 세상 이야기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퇴근하고 또 어디론가

출근하는 요즘 사람을 보며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새김질의 끝은 거듭 내가 틀렸다고 말한다.

단출하게 사는 내가 하루를 허비하는 것만 같다.

조리 있게 하루를 쪼개서 알차게 소비해야 하건만.      

우습지만 머털도사도 떠오른다.

머리카락을 뽑아 분신술을 쓰는 머털도사.

그러려면, 머리숱도 화수분 같아야 할 텐데.

아뿔싸, 요즘 방바닥에 머리카락이 수북한데 어쩌지.

탈모 예방에 좋은 샴푸가 뭐 있더라,

어디에서 사야 더 저렴하지,

후기 좀 찾아봐야겠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다가

조잡한 결론과 구매 확정으로 끝나기도 한다.


힘찬 다짐을 몇 개 해보긴 했다.

그러다 머지않아 쌩쌩한 생심은 시든 배추처럼 포기가 됐다.

열심히하면 반드시 무언가 될 거라고 하는데

열심히는 얼마큼 열심히며

꾸준히의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언가? 그 무언가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래서 일단 내 상태를 그냥 놔둔다.

당장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오도카니 있는 건 아니니까.

주어진 임무만 해내기에도 하루가 빠듯하긴 하다.

목표도 목적도 없이 타인의 부지런함을 따라 할 필요는 없겠지.

또 다른 출근은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여분의 동력이나 아껴두자.          

이전 03화 절대와 갈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