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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2. 2023

애송이

삼십 대에 바싹 닿아있던 스물아홉,

여태 느껴왔던 여러 감정이 싱거워졌다.

세상살이라는 상차림에서 도무지 아무 맛도 안 났다.

고작 사회생활 3년, 몇 번의 꽤 절절했던 연애,

단호한 인간관계 정리를 통해

굉장한 어른이 됐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능청스러운 핑계인지 모르겠다.

설익은 경험 몇 개 어지러이 쌓아놓고 어른이라니.

마흔의 경계에 서 있는 지금은 그 시절의 엉성함이 앙큼하다.


사실, 여전히 새로운 연령대를 받아들이는 게 두렵다.

끝자리 수가 꽉 차 앞자리 수에 반올림이

되기 직전의 1년은 특히 그렇다.

나잇값 때문일 테다.

간단하게 여러 가지를 구분하는 숫자가

나이와 버무려지면 괜한 무게가 더해진다.

살아온 햇수가 늘어날수록 과정보다 말끔한 결과가

더 중요해지므로.

참 부담스러운 묵직함이다.      


그래도 스물아홉 살보다 나아진 게 있다.

이십 대 끄트머리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도 낭떠러지 앞에 있긴 하다.

그러나 발밑에 미지의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낭떠러지에서  

곤두박질치는 게 아니다.

한껏 헤엄칠 바다에 첨벙 빠지는 거다.


나는 기꺼이 물고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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