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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2. 2023

절대와 갈대

‘절대는 절대 없다’

불타는 고집쟁이였던 어린 시절, 이모가 해준 말이다.

그땐 절대 싫은 게 좋아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싫은 게 좋아지는 변덕은 왠지 자존심 상했다.     


절대 싫은 사람,

절대 싫은 음식,

절대 싫은 장소,

절대 싫은 음악,

절대 싫은 활동,

이외에도 절대 좋은 거보다 절대 싫은 게 훨씬 많았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절대는 절대 없다’의 진정한 의미가 울컥울컥 와닿는다.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을 표현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던 풋내 나는 시절과

다른 페이지가 펼쳐진 것이다.

여러 가면이 필요한 사뭇 쿰쿰한 어른의 세계 말이다.      

처음에는 싫어도 좋은 척, 아닌 척, 괜찮은 척을

하는 게 엄청 어색했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좋아요’ 주름을 만들면

파르르 얼굴이 떨리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년간의 표정 관리로

그럴듯한 어른 가면이 여러 개 생겼다.

가면의 근사한 기능도 발견했다.

그토록 싫은 게 별 상관없는 것이 되기도 하는 것.

싫은 리스트가 줄어든다는 건, 내 안쪽이 개운해진다는 의미다.

거북한 상황이나 사람 앞에서 바깥쪽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속은 영 불편했는데 이런 괴로운 일이 줄어들므로.     

아마 어른이라는 건 여러 가면이 필요한 갈대인가 보다.

때에 따라 가면을 쓴 채,

마구 흔들리면서 나를 유지하는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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