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몸살에 걸려 끙끙 앓다가
회복하면 세상의 감촉이 달라진다.
까끌까끌했던 모든 게 폭신해지기 때문이다.
몸 구석구석에 껴있던 먹구름이
맑게 개는 회복은 대단한 축복이다.
다만 이 축복은 내 맘대로 내 몸을 연주할 때는 잘 모른다.
막힘 없이 두 콧구멍으로 숨을 쉬고
따끔거리는 불편함 없이 침을 삼키고
의지대로 가뿐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
이 모두 놀랍고 위대한 활동이다.
보통날의 작은 일과도 마찬가지다.
외출했다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사람 안 만나고, 얕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귀가)
하루 두 끼 정도 잘 챙겨 먹기,
(어차피 세끼 먹으면 살찌니까 두 끼만 알차게)
뜨거운 물, 찬물 둘 다 잘 나와서 개운하게 씻기,
(바쁜 아침이나 피곤한 저녁에 물 안 나오면 엄청 당황스러운데)
방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스르르 잠들기,
(잃어버리지 않고 함께 귀가한 기특한 핸드폰과
아침 모습 그대로 엉망이지만 아늑한 내 침대 덕분에)
짬짬이 안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별일 없는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다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