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사소한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바이올린 외에 배우는 것들

by 이오월



벌써 재미없나?

이제 바이올린을 배운 지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빠른 거 같으면서도 느린 거 같고, 그동안 실력이 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고작 한 달 배우고 실력이 가파르게 상승할 거라 기대하는 게 가장 문제점 같지만 더딘 속도가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처음에 시작했을 땐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워낙 실증이 빨리 나는 스타일이라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래서 오히려 한 달만 수강 등록을 할 수 있는 게 마음 편했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시작해 보기만 하자 라는 가벼운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역시나... 한 달쯤 되니까 재미가 없어졌다.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데 오래 걸리는 악기라 그런지 한 달이란 시간은 만족스러운 실력이 되기까지엔 턱없이 짧았다. 아마 다른 악기도 그렇겠지만 피아노 정도만 쳐봤던 나에겐 꽤 많이 더딘 악기였다.


그래도 하루하루 자세가 괜찮아지고 소리가 듣기 나아진다는 점은 좋았다. 초반엔 그게 재밌어서 더 열심히 연습을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숙제처럼 학원에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데 왠지 가야만 해서 가게 되고, 빨리 실력이 늘고 싶으니까 연습을 해야 해서 학원에 가고 있는 걸 깨달았다. 역시 나는 실증이 너무 빨리 나나? 그런 생각에 슬퍼졌다.


그렇다고 관두고 싶은 건 아니었다. 여러 번 말했다시피 한 달은 너무 짧다. 만약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악기였다면, 처음부터 전혀 재미가 없었다면 '그래, 이 정도면 됐지 뭐'하고 관뒀을 텐데 그 정도로 실망스럽고 재미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분명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러다 최근 수업에서 작은 칭찬을 들었다. 내가 릴렉싱을 잘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바이올린은 초기에 자세를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교정하는 데 할애를 많이 하게 되는데, 성인은 어린아이들보다 몸이 많이 굳어서 처음 배우면 여기저기가 다 아프다고 했다. 사람마다 아픈 부위가 다 다르다는데 주로 손이나 손목, 어깨 등이 아프다고 하셨다.


그런데 수업 도중 갑자기 선생님이 '손 안 아프세요?'라고 물어보셨다. 전혀 아프지 않아서 왜 물어보시지? 했는데 정말 안 아파 보여서 물어봤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릴렉싱을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정말 의외의 칭찬이었다.


아주 사소한 말이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았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어서 더 그랬던 것도 같다. 점차 재미가 없어져 가던 와중에 들은 말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 부여는 어쩌면 사소한 걸지도.

어떤 일을 지속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재밌어서? 필요해서? 아니면 그냥 해야 하니까? 뭐가 됐든 동기 부여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건 분명하다. 사람마다 어떤 지점에서 동기 부여가 되는지는 다르지만 그게 없다면 힘이 부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나는 동기 부여에 '재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흥미와 재미가 떨어졌을 때 그 일을 여전히 지속해야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고 끝맺지는 못한 것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끝냈던 일들이 뭐였는지 생각해 보면 꼭 '재미'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을 때, 그게 확실했을 때 재미는 없어도 끝을 냈다. 굳이 예시를 든다면 자격증 같은 게 될까? 자격증은 그걸 취득해야 나한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간 과정이 재미없어도 확실한 목표가 있어 끝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취미로 시작한 거라 어떤 걸 목표로 잡아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어떤 곡을 기준으로 잡을까 해도 아는 게 없었다. 그냥 막연히 '연주를 잘했으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한 게 흥미를 떨어트린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와중에 들은 사소한 칭찬은 '더 해봐야겠다.' 하는 마음을 들게 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던 터라 이 분야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될 때마다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는데 그런 욕심을 하나둘 버리는 연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들은 사소한 칭찬은 꽤나 기뻤다. 재능의 지읒이랑은 상관없는 말이라도 말이다.


누군가의 장점을 알아봐 주는 건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단점이 더 많이, 크게 보이길 마련인데 그건 자기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은 본인이 그걸 잘하는지 모른다. 너무 당연하게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그러니 그걸 누군가 발견해 주고 말해줬을 때 더 기쁘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해도 말이다.


이번 일로 엄청난 마음에 동요가 생겨서 '열심히 할 거야!'까지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진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언제나 모든 일에 큰 동기 부여가 필요한 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그냥 꾸준히 하는 게 어쩌면 가장 큰 동기 부여일 수도? 지금 내가 배워야 하는 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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