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 걸까..?

바이올린 연습 기록 05

by 이오월


이제 점점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길 것 같다. 여전히 빨개지고 아프긴 하지만 살짝 까끌해지는 느낌도 든다.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지났지만 신기한 변화이다. 언젠가 진짜 굳은살이 생기고 더 이상 현을 짚는 게 아프지 않으면 더 신기할 것 같다.


아무래도 취미 학원이라 그런지 선생님은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연습할 때 어려웠던 걸 말씀드리고 검사(?)를 받으면 내 생각과 다르게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고 그 외에도 자주자주 칭찬해 주신다. 물론 현을 짚는 자리가 너무 높아서 수정해 주시거나 세세하게 알려주시지만 이쯤 되니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정말 잘하고 있는 거 맞나...?



칭찬에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 거지?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대한민국엔 칭찬이 어색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칭찬에 인색하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뚝딱이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래서 선생님이 잘한다고 할 때마다 정말 웃기게 대답한다. '아, 그, 래, 요...?' 음절 사이사이마다 어색함이 끼어든다. 잘 대답하고 싶지만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이젠 그 칭찬이 사실인가?라는 의심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진짜 내가 잘해서 잘한다고 말씀해 주신 것 같았는데 매 수업 때 듣다 보니 진짜 잘하는 건가? 생각하게 된다. 왜냐면 내가 보기엔 못 하거든...


물론 늘 강조하다시피 이제 배운 지 한 달 반 정도 됐다. 그 정도 시간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은 될 수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짜 잘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짜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길 바라는 걸까? 못 한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또 그건 아닌 거 같다. 그 상황을 상상해 보면 절대로 재등록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 그걸 아시고 더 칭찬해 주시는 걸까?ㅎㅎ



자기 확신을 갖는 게 가장 어렵다.

불과 일주일 전에 사소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글을 썼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왜 이렇게 갈대 같은지 이젠 그 칭찬이 진심인지 의심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웃기다. 가벼운 칭찬이어도 계속 듣다 보면 의심이 생기는 걸까?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확신이 없다는 게 가장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바이올린은 단순히 취미지만 이러한 내 반응은 삶 전반에서 나타나곤 한다.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이효리 님이 이상순 님과 있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같이 나무 의자를 만들었는데 이상순 님이 의자의 아랫부분, 그러니까 의자를 뒤집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그 부분의 사포질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걸 이효리 님은 이해할 수 없어서 어차피 안 보이는 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 했더니 이상순 님이 그랬다고 한다. '내가 알잖아.' 그 대답에 효리 님도 놀랐겠지만 나 역시나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기 확신이 잘 생기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를 스스로가 못 믿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거 남들도 다 하는 거 아닌가?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들은 결국 칭찬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니까 과한 반응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사고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내 노력을 알아준다면 다르지 않을까? 잘하든 못하든, 그 칭찬이 사실이든 아니든 내가 이 정도의 수준이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한 과정을 알기 때문에 상대의 말이 그저 칭찬으로 기쁘게 다가오면 그만인 것이다. 이상순 님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게 한 번에 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자기 확신이란 단어는 거창하지만 그냥 그런 사소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엔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조금 생각이 정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취미인데 굳이 어렵게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뭐든 가볍게 생각하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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