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도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바이올린 연습 기록 06

by 이오월


지난주 토요일에 연습실에 사람이 너무 많길래 오늘은 좀 일찍 갔더니 한산했다. 아무래도 긴 연휴 버프를 받은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후회했다. 그냥 늦게 갈걸.


나는 다른 사람이 내가 하는 일을 보고 있으면 원래 하던 것보다 훨씬 못 하는 스타일이다. 긴장감이 잔뜩 올라와서 버벅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연습 때보다 수업 시간에 훨씬 못 한다. 그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신기했던 건 예전에 취업 상담을 갔을 때 상담사님이 그걸 바로 캐치했다는 거였다. 그 자리에서 작성해서 드려야 하는 게 있었는데 '누가 보고 있으면 잘 못 하죠? 잠깐 자리 피해 줄게요.'라고 하시면서 편하게 쓰라고 해주셨는데 감사하면서도 신기했다. 그게 티가 나나? 그때 두 번인가 정도밖에 안 뵌 분이었는데 직업이 상담사라 그런지 바로 아신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찝찝했다. 좋지 못한 버릇인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바이올린 연습 때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연습실은 당연히 방이 있어서 혼자 알아서 하면 되는 시스템인데 아무리 문을 닫아도 방음이 다 되는 건 아니라 소리가 고스란히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난 눈치가 보인다.


사람이 많을 때는 괜찮다. 소리가 많이 섞이니까 밖에서 들으면 크게 구분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이 적을 땐 문제가 된다. 몇 명 없거나 나밖에 없으면 그 연습 소리가 나인 걸 당연히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혼자 있어도 새어 나가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도 내 소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다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고 다 초보자 시절이 있었고 지금 초보자인 분들도 계신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니 본인이 연습을 잘하고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 굳이 다른 사람의 연주가 어떻고 저떻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수강생들을 봐왔겠는가.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신경이 쓰인다는 게 문제다. 도대체 왤까?


잠깐 생각해 보자면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내가 비교가 일상이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남과 남을 비교하고 나와 남을 비교한다. 아주 나쁜 습관이란 걸 나도 알지만 늘 그렇듯 쉽게 변하진 않는다.


사실 이 공간에 글을 쓰는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공개된 공간이다. 누구나 경로만 있다면 이 개인적인 글을 아무렇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난 거기서 나오는 사람들의 평가가 두렵다.


그렇게 된 원인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굳이 어떤 걸 꼽고 싶지는 않다. 내 타고난 기질적 문제, 환경적 요인, 과거의 경험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진 결과라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가 이걸 단점이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찾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찾지는 못 했다.


신기한 건 이러한 점이 양날의 검으로 발휘된다는 점이다. 난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두려워 눈치를 많이 보지만 이건 또 실수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강박적이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기회를 줄이기도 한다. 실패와 평가가 무서워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많은 고심을 했다. 원래는 평가가 생겨도 두렵지 않을 만한 바이올린에 대한 학습기만 기록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 반성적인 내용이 많이 담기게 됐다. 그게 점차 글을 쓰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되긴 하지만 이걸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면 이것도 반복 훈련을 해야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남을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속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그 아닌 사람에 더 비중을 두어야 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것 역시나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횡설수설했지만 이왕 이렇게 솔직하게 된 거 이런 기회들로 점차 내가 변해갔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보단 이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바이올린 실력이 제자리인 걸 슬퍼하지 않도록 노력하듯 내가 쉽고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인정해 가는 노력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손톱과 머리카락은 늘 나도 모르는 새 자라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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