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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Oct 26. 2023

인덴트 커피룸

주택가 어느 골목, 찾아가야만 하는 고요속의 움직임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귀족층에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지만,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습니다. 그들의 향을 쫒아 단속하기 위해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역할의 의미로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뿐 아니라 향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이 담겨 있는지 찬찬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글이 향을 쫒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커피 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ㅣ커피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대표님) 취업 준비를 할 시기에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커피였어요.(웃음)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라 모든 게 신기했고,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를 보면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 궁금증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커피를 통해 생겨나는 관계, 과정들이 저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죠.


ㅣ업을 찾기 위해 찾은 일, 궁금증으로 시작한 일이 진짜 업이 되셨군요.(웃음) 공간에 대한 애착이 느껴져요. 지인분이 인테리어를 맡아 진행해 주신 부분도 있지만,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공간 같아요.

하빈님) 일하고 싶은 공간, 그곳에서 사람들과 가깝게 마주하며 일하기를 원했고, 우리를 잘 아는 사람이 공간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전문 업체들도 많지만,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어도 그냥 잘하는 사람과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공간이 작더라도 테이블 간격이 떨어져 있었으면 했고, 코로나 때문은 아니지만 독립된 공간을 확보해서 만들고 싶었어요. 휴식도 얻고, 자신한테 집중하며 차분해질 수 있는 공간을 원했거든요. 물론 저희 성향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웃음)


ㅣ맞아요, 성향에 따라 입지도 다른 것 같아요. 3년 남짓 주택가 가운데 공간을 운영하고 계시죠.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하빈님) 말씀하신 것처럼 성향상 번화가는 피하고 싶었어요.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에 반해서 주택가를 선택했고, 우리가 좋아하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죠. 매일매일 일을 해야 하는 일터가 되는 곳이니까요. 상업적으로 생각했을 때 마이너스일 수도 있고, 눈에 띄지 않는 이곳을 찾아오시게끔 만들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단점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 공간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불편한 생각을 접으면 좋은 것들이 보이거든요. 한번 왔다 가시는 손님보다 매일 마주치며 안부를 묻는 손님들이 계시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죠.


ㅣ동네 특성상 프리랜서, 1인 가구가 많은 곳이라는 점 때문일까요? 원두를 100g, 50g, 10g 소량 판매하시고 계시잖아요. 번거로움이 클 것 같아요.

대표님) 번거로움보다 우려가 되었죠. 소량 판매를 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저도 200g을 구매해서 먹다 보면, 한 달 이상 걸리고 다 먹기가 버겁더라고요.(웃음) 1인 가구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주민들과 가까이 있기도 하고, 이분들이 소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ㅣ원두 말고도 특별한 부분이 많아요. 그중 머그컵이나 소분할 용기를 언급하시기도 하잖아요.

하빈님) 음, 방문해 주시는 주민분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배우게 되더라고요. 의도적으로 친환경에 관심이 있기보다 손님들이 먼저 "이 컵 되나요?" "담아 주실 수 있나요?" 먼저 제안해 주시다 보니까 영향을 받게 되고. 개인 카페이니까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잘은 모르지만, 조금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너무 큰 리스크가 있지 않은 이상 시도해 보자는 마음이 커요.


ㅣ주변 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요. 커피를 하면서 영향을 받은 분이 계실까요?

대표님) 거쳐 온 모든 일터에서 영향을 받았는데요. 한국에서 커피를 처음 배운 곳이 전광수 커피였다면 지금의 카페를 열기 직전까지 일했던 곳은 나무사이로 였어요. 나무사이로 대표님께도 많은 영향을 받았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무사이로가 계속 발전해 나가는 비결이 여기 있구나. 많이 느꼈어요. 덕분에 저도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고요.


ㅣ로스팅에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과 추구하는 맛이 있으신가요.

대표님) 단맛이나 쓴맛이 매력적인 커피, 산미가 좋고 향이 독특한 커피, 커피마다 가진 고유의 매력들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로스팅 포인트를 찾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맛으로는 많은 분이 공감할 만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공감할 수 있는 커피란 단맛이 잘 표현되는 커피라고 생각해 라이트 로스팅이라도 좋은 단맛을 기반해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커피를 추구합니다. 


ㅣ그라인더와 머신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시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님) 현재 ek43 모델을 사용 중입니다. 한정된 자본으로 매장을 오픈했던 터라, 초기에 비용을 투자할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라인더였고요. 브루잉부터 에스프레소까지 폭넓은 용도를 소화하며, 미세 조정이 가능한 그라인더가 필수라고 생각했거든요. 

반대로 에스프레소 머신은 제일 마지막 순위였습니다. 추출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기능과 내구성, 합리적인 비용이 최우선 조건이었어요. 하이엔드 머신이 아니더라도 그라인더가 훌륭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콘티라는 브랜드의 구형 머신을 찾게 되어 사용 중이에요. 지금도 맛 표현 측면에선 부족함 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웃음)


ㅣ공간이 많아지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표님) 개인 로스터리가 늘어난다는 점은 좋게 생각해요. 그 사람의 냄새가 묻어난 공간이 생기고, 커피도 다양하게 다루기 때문에 각각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개인 로스터리뿐 아니라 일반 카페들도 생겨나는 양을 보면 언젠가는 한 골목에 전부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 올 텐데, 그때 서로를 경쟁 상대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손님을 뺏긴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개인 간의 교류가 생기다 보면 뭔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공생하고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도 이어지더라고요.


ㅣ그럼에도 공간을 꿈꾸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먼저 공간을 운영하시는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대표님) 너무 어렵게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세세한 것보다는 큰 틀을 잡아 놓고 움직이시면 수월할 것 같아요. 저는 아주 거대하게 생각했거든요. 공간을 운영할 때 이것만은 사수하겠다. 이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기준도 필요해요. 준비 과정 동안 좋은 공간들이 계속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거든요. 1인 로스터리로서 내가 지속적으로 이 공간에서 즐겁게 일하려면 내가 원하는 손님들의 성향, 어떤 손님들이 왔으면 하는지도 생각해 보면 좋고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그 괴리가 크게 다가올 것 같아요. 

ㅣ운영하는 부분에 있어서 중요시될 면이 있다면요?

하빈님) 공간의 힘과 사람,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피 외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어요. 정읍에서 서점을 하는 친구와 협업하면서 우리는 책을 받고, 커피를 공급해요. 실질적으로 이 부분이 이익이 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공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많이 알아봐 주실 것 같더라고요. 특히 1인 로스터리는 이 안에서만 일을 하니까 오히려 다른 분야와 커피를 접목해 일이 생기는 부분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ㅣ인덴트커피룸은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합니다. 

대표님) 같이 있는 공간이지만, 서로의 영역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공간, 그 선을 지키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우리만의 분위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이 공간을 활용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쇼룸 같은 개념의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생산량이 조금 더 생기면 작업 공간도 필요하고, 그 공간에서 소모임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으니, 그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되고요. 와이프도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책과 커피를 통한 콘텐츠도 만들고 싶어 하고요. 조금 더 발전된 또 다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웃음)


ㅣ개인적인 욕심으로 만들어진 질문입니다. 무엇이든 추천해 주세요!

대표님&하빈님) 추천하는 카페 이름은 '아메노히 커피점'입니다. 무심하지만 굉장히 정중하세요. 기분 좋게 마시고 나올 수 있고, 사장님의 취향 자체가 그 공간에 오롯이 묻어 있어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곳이죠. 추천 도서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10년째 커피를 볶으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로스터의 에세이입니다. 가게를 열겠다고 결심했을 때, 용기를 준 책이에요. 또 하나는 <단골이라 미안합니다> 예민하고 집요한 취향을 가진 어느 예술가가 카페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쓴 에세이입니다. 단순히 커피의 맛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카페를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어요. 손님으로도, 카페 주인으로서도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인덴트 커피룸의 인터뷰를 끝내고, 공간과 대화를 곱씹어 봤어요. 저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인지라, 이날의 대화는 신의 한 수였죠. "단점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 공간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불편한 생각을 접으면 좋은 것들이 보이거든요."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위치의 중요성이 정말 중요할까 하는 의문과 정말 작은 공간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아주 꽉 찬 공간이었거든요.



글 조정희 ㅣ 사진 조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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