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숲속의 휴식처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ㅣ공간을 찾을 때 기존에 알고 있던 곳, 서치를 통해 발견하는 곳으로 나뉘었는데 팀원들에게 좋아하는 카페를 물어보며너 여러 곳을 알게 되었어요. 무에도 그렇고요.(웃음) 전에도 바리스타 업을 하고 계셨나요?
음악 공부를 위해 생계 수단으로 시작한 일이 커피였어요. 프랜차이즈에서 5년 정도 매장을 맡아 관리를 했고,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상처받고 그만두게 되다 보니 이 일을 다시는 못할 줄 알았어요. 방황하던 중에 스페셜티 커피를 하게 되었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속되면서 경력이 쌓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창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ㅣ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다는 말처럼, 함께 했던 분들이 없었다면 무에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또 커피의 애정이 깊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고요. 커피의 어떤 매력이 나아가게 원동력이었을까요?
맞아요. 모순적이지만(웃음) 사람을 만나는 일인 것 같아요. 사람으로 제일 큰 데미지가 오기도 하지만, 사람으로 가장 큰 행복을 얻는 것 같아요. 친한 동생들에게 항상 말해요. 커피에 대한 성숙함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고. 커피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지식을 알고 느껴야 직업적으로 괜찮은 바리스타가 될 수 있는 것 같다고요.
ㅣ그래서 대표님이나 친구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담아 편하고 적당한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카페를 좋아하고 즐기는 소비자 입장으로서 어느 순간 머무르기 불편한 카페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적당하고 평범함이 담긴 공간이길 원했고요. 무에에 제 성향을 많이 담은 것처럼, 힘을 많이 빼고 싶었고 비우고 싶었어요. 커피도 과소 추출과 과다 추출보다 적절한 추출이 중요한 것처럼 중간을 잘 맞추고 싶었거든요. 거창한 의미를 가진 곳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편안한 차림으로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ㅣ그 의미와 같이 매장이 자리한 위치, 건물의 톤과 소재가 자연과 편안함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염두에 두신 위치였나요?
처음엔 한적한 곳에서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커피를 내려드리고 조용히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낭만이 가득했었죠. 그런 생각으로 한창 자리를 알아보고 돌아다닐 때 지인이신 604 사장님께서 조언을 해주셨어요. '많은 조건이 따라줘야 유지할 수 있다' 그 말이 충격적이더라고요. .모든걸 걸고 하는 사업인데 이상을 추구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 무엇이 더 우선인지 현실적으로 파악했어요. 가진 예산 내에서 갈 수 있는 번화가를 찾기 시작했고, 북촌으로 오게 되면서 생각하던 자연스러운 외관과 통창을 가진 코너 상가에 자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ㅣ1년 정도 방치된 곳이라고 들었어요. 내부와 외부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데 어려움도 있으셨을 테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셨나요.
그럴듯하게 다 뜯어고쳐냈죠.(웃음) 브랜딩을 하지 않았고 갖고 싶지 않았어요. 'mueh'라는 이름이 제 이름 마지막 글자 흠(heum)을 거꾸로 나열한 거예요. 의미를 두면 게속 무언가 고정시켜야 하고,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라면 전면보다는 바리스타의 뒷모습이 멋있으니까 뒤를 강조하자, 역광을 좋아하니까 그쪽으로 더 신경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 온 것 같아요.
ㅣ자연스러움을 추구하신다고 했지만, 굉장히 체계적을 준비된 공간이네요. 오픈바이기도 하고요. 1구 머신의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상상하는 일이 재밌더라고요. 내 공간을 만들면 이렇게 채워야지. 동선을 짜야지 하는 일도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고요.(웃음) 오픈 바는 일부러 의도했어요. 카페에 가면 바를 두고 경계선을 두는 부분이 아쉬웠거든요. 무에는 개방감이 있기를 원했고, 그만큼 긴장감이 있다 보니 청결 유지에도 도움이 아주 커요. 1구 머신은 2구 머신이 들어갈 사이즈가 되지 않아 선택했어요. 포터 필터를 2개를 쓰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도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ㅣ오픈 바의 장단점도 명확할 것 같아요. 그만큼 다가오시는 분들도 많을 테고요. 무에의 호스피탈리티함은 무엇일까요.
손님들을 대할 때 적정선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내향적인 성향으로 처음 방문하신 손님들에게는 다가가 밝은 환대는 못 해 드리지만,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부분은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낯이 익는 분들에게 자연스러운 안부는 당연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의 과한 친절은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려고 하고요.
사실 호스피탈리티란 말은 좋아하진 않아요. 서양 분들은 안부 인사를 묻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거는 문화가 편하게 보편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걸면 흠칫하는게 대부분이라 외국과 같은 호스피탈리티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 단어가 많이 인식되다 보니, 밝게 스몰토크를 나누는 부분이 당연시되는 것 같아서 꼭 그렇게 응대하지 않으면 불친절함이 되어버리는 일이 아쉽게 느껴져요. 혼자 운영하고 팀원으로 일을 해보며 느낀 거지만, 어떤 날은 친절하고 어떤 날은 처져 있고 이런 상황이 모두에게 더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정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나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ㅣ운영하면서 이것만큼 꼭 지속시키자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 정도면 됐어 보다는 더 나아질 수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어요. 사장이 힘든 만큼 손님들의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120점 이상 노력해야 90점, 100점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 가격에 맞게, 내가 부끄럽지 않게 내어드리고 싶어요. 작년 겨울쯤 로스팅이 많이 흔들렸던 순간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루 정도니까요. 그런데 손님분이 바로 느끼시더라고요. 맛이 좀 아쉽다. 정말 충격적이고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커피를 내어 드릴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커피를 남기시는지 의식이 되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까지 미친 듯이 볶아서 다시 프로파일을 잡았는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입니다.(웃음)
ㅣ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다음엔 이러지 말자'가 아닌 바로 행동으로 옮기셨어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무에가 추구하는 커피의 향과 맛이 궁금해집니다.
제 잘못이니까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죠.(웃음) 무에는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 플레이버가 뚜렷하고 클린한 원두를 추구합니다. 지금은 한 가지 블렌드와 네 가지 싱글 오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블렌드는 범용적으로 써야 해서 자주 오시고 가져가시는 분들을 생각해 커피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부분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생산했어요. 가끔 손님들이 드시고 무난하다는 표현을 하시는데 좋은 표현인 것 같아요. 딱히 모난 부분 없이 밸런스 좋은 무에랑 잘 어울리는 블렌드 같아요. 싱글 오리진은 특별할 수 있도록 준비해요. 계절과 잘 어울리는 느낌으로 네 가지가 다 다르게 느끼셨으면 해서 생두를 고를 때 각각의 플레이버가 뚜렷하고, 분명한 생두를 고릅니다. 플레이버가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로스팅하고요. 무산소도 가끔 한 종류씩은 하지만 발표가 많이 된 커피나 가향이 많이 된 커피는 자주 쓰지 않아요. 네추럴, 워시드 같은 기본적인 가공 방식을 많이 선호하고 좋아하는 편이에요.
ㅣ운영부터 로스팅까지 힘듦의 연속이죠. 그런데도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낭만 보다는 현실을 중요시하셨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장사를 해야하는 거잖아요. 이성적인 판단을 거르시면 안 돼요. 커피를 하고 있는 누군가가 멋있어 보여서 그 모습을 내가 남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생업으로 철처하게 준비하셔야 해요. 저는 접근 자체가 생계 수단이었고, 연봉과 저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직업적인 소명으로 정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했어요.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잘해야 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치열하게 했기 때문에 자부심도 크고, 이 업을 쉽게 생각하시거나 가볍게 보시는 분들에게 반발심도 큰 편입니다. 창업을 진심으로 꿈꾸신다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준비하시고, 커피보다는 예술 작품 좋은 공간, 좋은 책 등 다른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피는 당연히 잘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ㅣ'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명심하겠습니다. '무에' 어떻게 즐기면 배가 될까요.
계절마다 한 번씩 들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그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고 여행하기를 좋아해요. 공간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는데 계절마다 필터 라인업도 다르고 계절 메뉴도 있고, 디저트도 그때 맞게 준비하고 있고요. 분위기도 음악도 다르니 한여름에 생각나는 수박처럼 한겨울의 붕어빵처럼 계절이 느껴지는 수누간에 생각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ㅣ지금 더운 여름이죠. 얼마 남지 않은 가을에 뵙겠습니다.(웃음) 앞으로 무에는 어떤 방향을 가지고 계실까요.
'단순하게 생각하고, 서로 존중하고 그러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에의 로고에 적혀있는 슬로건이에요. 이 말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갈 것 같아요. 무리하지 않고 무에를 확정할 생각은 없고요. 다른 형태의 카페나 다른 업종으로 공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뭐가 됐든 편안하고 평범하게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가장 아끼고 설레어요. 무엇이든 추천해 주세요.
다양하게 이야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어떤 계절이든 삿포로에 꼭 한번 가보고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최대한 길게요. 국내는 숲속의 오두막이라는 '재인폭포'가 있고요. 커피는 페루 라 리마 게이샤, 바닐라 맛이 명확하고제가 볶아던 커피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커피입니다. 카페는 명동에 '카페코인'이라는 곳인데 굉장히 오래되었고 요즘 트렌드와 정반대에요.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인터뷰하신'비스킷 플로어', '텍스트 커피'도 추천드리고요. 로커 카페 '오랑오랑'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홀리싯커피서플라이'
진정한 카푸치노와 일본식 킷사 카페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망원동 '퀜치'도 추천해 드려요. 책은 믿음사 고전문학들이나 범우문고 시리즈, 스무살 도쿄까지. 꼭 즐겨 보세요!
글 조정희 ㅣ 사진 조세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