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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Mar 18. 2024

커피루트 : 이슬아 매니저님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Chapter 1. 

생두회사와 그린빈 임포터


ㅣ아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하고 계신 직무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생두를 셀렉하고, 품질을 체크하면서 스코어링을 하고요. 그 정보들을 로스터리에 제공하면서 소개하는, 전반적인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셀렉을 하고 있고요. 


ㅣ셀렉부터 판매까지 맡고 계시는군요. '커피'라는 단어만 생각한다면 접근성이 가까운 바리스타라는 직군이 있지만, 생각보다 커피를 중심으로 다양한 직군이 있더라고요. 매니저님도 그렇고요.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이유가 있으실까요? 

 바리스타로 '커피'를 처음 시작했어요. 시작이 바리스타였기 때문에 커핑을 한다고 해서 커퍼가 되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5-6년 정도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추출에 대한 이해도가 완성되니, 로스팅으로 다음 단계를 밟았죠. 5년 정도 일하면서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고, 후에는 원재료를 더 다양하게 맛보고 싶다, 내지는 나라면 더 잘 고를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생각들로 그린빈 임포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ㅣ자연스러운 흐름대로라면, 창업이 제일 가깝지 않았을까요?

 그때는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원재료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이 강했던 것 같아요. 성장과 발전이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카페는 내가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컸어요. 지금 조금이라도 더, 다른 일을 해봐야 아쉬움이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훨씬 컸고요. 아마 기회가 된다면 많은 분들이 원재료를 다루는 일을 해보고 싶으실 거예요. 가장 궁극적인 미지의 세계이고, 무궁무진한 세계이니까요. 이 직업을 해야겠다 라기보다 로스팅 업무를 계속하다 보니 이 분야는 어떨까 하고 두드려 보았던 거예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ㅣ말씀하신 것처럼 바리스타 혹은 다른 업에 계시는 분 중 생두업의 종사를 꿈꾸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필요하거나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자격 조건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센서리는 기본 같고요. 언어가 중요해요. 필수는 아니지만 아예 못하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좋은 커피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서로 간의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어가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돼요. 


ㅣ언어는 무조건적이라고 생각했어요. 

*Key Insight!

 저도 잘하지 못해요. 하다 보니 늘고, 그들도 영어를 어려워해요.(웃음) 언어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훨씬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일반 커핑이나 스코어링을 하는 것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열려있으니까요. 저도 지금 일도 매력적이지만, 이 분야에 들어서니까 트레이딩(거래) 쪽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무역 영어도 접하게 되고요. 


제가 생각할 땐 바리스타 대회를 준비하시는 분들, 대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이 잘하실 것 같아요. 생두는 표현이 중요하거든요. 바리스타분들이 커피의 흐름을 쫓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전달자 역할이잖아요. 저도 똑같거든요. 이 커피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담아 전달해 드리는 입장이다 보니, 커피 한잔에 기승전결을 담으실 수 있는 분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ㅣ직업적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네요. 시야가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Key Insight!

 이 일을 하는 이유 아닌 이유 중 저를 예시로 동력이 된다면 그것 또한 좋은 흐름이 아닐까. 성별을 구별하기 그렇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는 꼭 도전해 보셨으면 해요. 아직 시장은 무궁무진하니까요. 확장되다 보면 이 산업이 전체적으로 다양해지고, 탄탄해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로스터들이 다이렉트 하는 것 또한 또 하나의 확장성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럼, 그 안에서 생두를 찾아야하는 파트가 생길 수도 있고, 그 매장 안에서는 누군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생두 찾는 일을 하고 싶다.'로 이어지고요. 자연스럽게 하나의 산업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Chapter 2. 

커피루트의 유통과정


ㅣ'커피 루트' 유통 과정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과정과는 다를 것 같아요. 

 심플하게 말하면 셀렉을 하고 배에 실어서 한국에 가져온다. 이 과정은 모두가 아는 루틴이지만 '커피 루트'는 샘플링 하는 과정이 4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1. Type sample : 보통 수확이 시작될 때 저희가 받는 첫 번째 샘플로, 특정 지역 또는 워싱 스테이션의 커피에 맛의 특징을 얻기 위한 샘플이에요.

2. Stock sample : 생산이 완료된 특정 Lot을 나타내는, 보다 정확한 샘플입니다.

3. Pre-shipment sample : 선적 전 샘플 (Air로 보냄)

4. Arrival sample 본 제품 QC까지 마치고 제품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선적을 시작합니다.




Chapter 3. 

신뢰의 이유


ㅣ마지막 배가 떠나기 전에 에어로 받은 원두를 테스팅하고, 처음 맛과 비교하며 구매에 대한 결정을 확정 짓는 순간이잖아요. 혹시라도 갸우뚱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면 안되죠.(웃음) 그래서 파트너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본품과 샘플의 싱크로율이 높도록 믿을 수 있는 업체들만 선정해 진행하고 있고요. 만약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소통이 중요해지는 순간이죠. 



ㅣ파트너의 중요성이 굉장하네요.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믿고 진행할 수 밖에 없고요. 

 맞아요.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죠.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처럼 꾸준히 구매하고, 리포트를 보내주면서 그 작업이 쌓여야만 하는, 그래서 생두 무역업은 신뢰를 쌓는 룰인 것 같아요.




Chapter 4. 

생두시장의 흐름


ㅣ파트너 쉽도 중요하지만, 농부님들이 잘 키워주셔야 퀄리티가 좋은 커피들을 생산할 수 있기도 하고요. 아라비카 품종 같은 경우 기후변화 때문에 멸종 위기라는 말을 들었어요. 실제로 영향이 크게 미치는지, 기후 변화에 따른 생두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Key Insight!

 2050년까지 커피 수요는 두 배로 증가하지만,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지는 절반으로 준다고 해요. 기후 변화는 지금도 증명되고 있는 문제이고요. 당연히 커피 생산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품질도 저하 될 수밖에 없고요, 단적으로 에티오피아를 보자면, 기후변화로 인해 금세기 말까지 적합한 농경지의 최대 60%를 잃을 수 있다고 해요. 따뜻한 밤, 불규칙한 강수량, 짧아진 우기, 극단적인 날씨 등 여러 요소가 생산에 피해를 주는 기후 변화를 겪어오면서 서서히 맛이 떨어짐을 모두가 경험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자연을 통제할 수 없으니, 통제할 수 있는 특수가공 분야가 더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그만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로 하고요. 소비자도 높아지는 산지 가격에 대한 포용과 이해가 동반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ㅣ개인 로스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업장이 아닌 개인이 생두를 구입하는 현상이 많아지는 만큼 커피 루트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예전부터 그 흐름은 예상했어요. 이제는 경계가 없잖아요. 생두하는 사람들도 원두를 판매하고, 로스터분들도 좋은 커피가 있다면 언제든지 다이렉트를 진행하고요. 분야의 경계가 없어지고, 생두의 다양성에 확대하는 데 있어서는 좋은 흐름이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ㅣ로스터리 카페 또한 꾸준히 늘고 있고요. 카페가 생겨나는 비례만큼 생두 회사는 호황기일까요? 카페처럼 성수기 비수기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인데요. 경기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만큼 없어지는 곳들도 많고요. 생두는 어떤 품목을 취급하냐에 따라서 편차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시점으로는 소비자 니즈에 따라서 많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현재 방향은 아주 저렴하거나, 아주 좋거나로 나누어지는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에 강점을 두느냐가 관건이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니까요.


예전에는 중간 가격대를 많이 찾으셨다면 지금은 극과 극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든 게이샤가 있고, 특수 가공 커피들이 많잖아요. 그런 특별함으로 로스터들이 승부를 보시는 때이기도 하고요. 로스터리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커피가 곧 나이기 때문에 더 좋은 커피를 찾으시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돼요. 



ㅣ매니저님이 생각하시기에 앞으로 어떤 생두가 주목받게 될까요? 

 앞으로라면 클래식한 커피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특수 가공, 인퓨징 커피류의 소개가 많았고, 포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매일 마셔도 부담 없는 커피, 편안한 커피를 사람들도 원하지 않을까. 한 번씩 돌아오는 트렌드처럼 전통적인 가공 방식의 클래식이 강세일 것 같습니다.




Chapter 5. 

커피루트의 생각


ㅣ업체 혹은 개인이 알아야 할 구매와 보관 팁이 있다면?

*Key Insight!

 우리가 알고 있는 15-20도 사이에 서늘하고 직사광선이 안 들며, 습도는 50-60, 쉽게 이야기한다면 서늘하고 쾌적하고 빛이 안드는 곳에 진공 포장으로 보관하시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집에서도 진공 포장하신다면 베스트고요! 구매 팁은 '사용할 만큼의 양만 구매하자' 경제 상황 때문에 바뀌는 흐름 중 하나인데요. 예전에는 6개월 치를 구매하셔서 그 기간 판매를 이어가셨다면, 요즘은 2주 간격으로 구매하세요. 개인적으로 조금씩 다양하게 구매하시면서 소개해 드리는 로스터리가 많아지는 시그널이 조금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가 다양한 커피를 즐기길 원하는구나!하고 느껴지더라고요. 로스터리에서도 이 부분을 느끼기 때문에 커피를 바꾸시는 거고요. 이런 현상이 시장이 소비자를 만드는, 소비자가 시장을 만드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스페셜티 씬에서 커피에 대한 교류가 많아졌다 생각이 들고요.


ㅣ그렇다면 커피 루트가 좋은 커피를 셀렉하는 기준점은 무엇인가요?

 싱글 오리진 고유의 풍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좋은 클린컵과 스윗니스, 액시디티, 플레이버가 동반되어야 해요. 그리고 스페셜티 싱글 오리진은 추가로 약간의 특별함을 보고요. 예를 들자면 코스타리카 라모나처럼 베이스가 단단하게 있으면서도 오렌지 환타 같은 풍미가 살짝 있는, 그래서 커피스니퍼에서도 선택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ㅣ맞아요. 카페쇼를 준비하면서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범위 내에서 크게 튀지는 않아야 했고, 특색은 잔잔하게, 거부감 없는 커피를 원했으니까요. 

 저희도 그 부분이 가장 큰 기준이에요. 주된 싱글 오리진의 고유의  풍미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애프터에 느껴지는 이색적인 풍미는 커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이런 커피들은 로스터가 표현하기도 쉽고, 마시는 소비자에게도 전달함에 있어서 특별함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ㅣ무조건적으로 말씀하셨던 베이스 안에는 커피의 고유성이 존재해야겠네요? 

 맞아요. 콜롬비아 커피를 커핑하는데 말도 안 되는 베리와 에티오피아 느낌이 든다면 아무리 맛있어도 구매는 하지 않을 거예요. 특색이 없으니까요.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좋은 커피이고요.


ㅣ가치관이 분명하신 것 같아요. 커피 루트,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각인되시길 바라나요.

 컵 노트만 보고도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노트에 적힌 맛 그대로지.'하고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곳. 표현하는 이미지와 노트만으로 소통이 될 수 있는 곳이길 바랍니다.



ㅣ마지막으로 무엇이든 추천해 주시겠어요?

 사적인 마음을 떠나서 지금 입고하는 커피가 많은 분이 드셔보셨으면 하는 부분인데요. 인도네시아 커피는 사람들 인식에 있어서 스페셜한 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눈여겨보시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커피에 대한 진가를 많은 분들이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ㅣ발굴하시는 것처럼 빛을 봤으면 하는 커피인가요?

 네, 퀄리티가 정말 좋기 때문에 제 최애 티피카 원두를 소개해 드려요. 커피에 있어서 감칠맛과 스윗니스, 클린컵을 잘 모르겠다면 이 커피를 꼭 드셔보셨으면 합니다. 교보재가 될 정도로 좋은 커피예요!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샘플링으로 주신 커피들을 먹어보았어요. 모두가 모여 여러 커피를 마시면서도 인도네시아 '티피카'는 단맛의 강도가 좋아 밸런스가 좋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단맛이 선명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입문자분들에게 교보재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단맛의 기준점을 찾고 싶다면 티피카! 추천해 드립니다. * 커피스니퍼에서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커피만큼이나 돋보이는 또 하나는 이슬아 매니저님이었습니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대하고, 자부심을 가지며 하나하나 말씀해 주시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빛나셨거든요. 커피 산업의 현재보다 앞으로를 생각하는 고민, 걱정, 기대. 바리스타분들이 큰 꿈을 그리셨으면 하는 마음과 그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업이 확장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우리는 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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