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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Nov 01. 2023

롱플레이 : 최정윤 바리스타

사람에게 공간이 필요한 순간과 공간을 채우는 노래라는 끈.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귀족층에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지만,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습니다. 그들의 향을 쫒아 단속하기 위해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역할의 의미로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뿐 아니라 향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이 담겨 있는지 찬찬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글이 향을 쫒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커피 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ㅣ제주도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

정윤) 남자친구가 먼저 3년 정도 제주살이를 하고 있었어요. 장거리 연애가 힘들기도 했고,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한창 들 때 이기도 했죠. 마침 그 시기가 퇴사 시점이기도 했고요. 모든 게 맞춰지다 보니 지금 아니면 혼자 살 기회를 놓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구하지도 않고 먼저 내려오게 됐어요, 조금 무모했나요?(웃음)


ㅣ전혀요, 어차피 계획대로 되진 않잖아요.(웃음) 언젠가 할 일이라면 먼저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럼, 롱플레이가 제주의 첫 직장이신가요?

정윤) 처음 일했던 곳은 풍림 다방이에요. 일을 하던 도중에 좋은 기회가 와서 이직하게 되었어요. 음, 정리하자면 전전 직장이 스티머스 커피 팩토리였는데, 계셨던 사장님과 매니저님이 연결을 시켜주셨고, 제안받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웃음)


ㅣ세상에 얼마나 성실하셨던 거예요? 전전 직장이라뇨, 기억해 주신 분도 너무 감사하네요. 알아봐 주신 거잖아요! 그렇게 시작한 제주살이 어떤가요, 서울과 많이 다른가요?

정윤) 맞아요. 운이 정말 좋았어요. 다른 점이라.. 저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데 창밖의 경치들을 보면 기분이 그냥 좋아요. 물론 일을 하기 위해 탄 버스이지만,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더라고요. 자연을 보고 생활한다는 점이 굉장해요.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요. 위에 있을 때보다 제주에 사는 게 저한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ㅣ'바리스타'라는 직업은 팀워크가 중요하잖아요.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정윤) 말하신 대로 팀워크잖아요, 내 일만 잘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두루두루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그 부분에 있어서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소한 것부터 소통이 원활하면 서로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고, 그 감정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고 봐요. 긍정적인 생각만큼 더할 나위가 있을까요? 서로 웃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ㅣ맞아요. 힘이 들어도 웃으면서 일했을 때 재미도 보람도 배가 되더라고요.(웃음) 

음, 뭔가 흐뭇한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질문이 애매하지만 현실적인 질문이기도 해요.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보면 불안감이 큰 직업이라 말하잖아요. 그런데도 커피를 하는 이유는?

정윤) 맞아요.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저는 불안한 직업이라는 걱정 자체를 일부러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알고는 있지만 내가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계속 배울 수 있는 곳을 많이 찾기도 했고요. 너무 단순한가요?(웃음)


ㅣ버틸 수 있는 힘은 나에 대한 확신이네요? 대단해요.

정윤) 그렇죠, 내가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만 한다면 언젠간 다들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죠.(웃음)

ㅣ커피 외로 관심 가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정윤) 지금은 커피 말곤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파고들진 않았는데, 이곳에서 일하면서 더 심도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커피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자극도 주시고, 동료들과 커피 공부를 하다 보니 모두의 발전으로도 이어지잖아요. 또 그 부분에 자극받고 다 같이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이걸로 끝나면 안 된다 하고요.


ㅣ지금까지 커피 일만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매력이었을까요?

정윤) 아르바이트 시작으로 졸업하고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으니 꽤 오래 된 것 같아요.(웃음) 대학 때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시는 장인 분을 뵈었는데, 멋있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막연하게 나도 한 분야만 파고들어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커피가 되었어요. 내향적인 성격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외향적 까진 아니어도 많이 바뀔 수 있다 생각이 들었고, 정말 많이 바뀐 제 모습이 좋더라고요.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전주연 바리스타님도 아르바이트 시작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셨으니까! 저도 꿈을 그리게 되더라고요.(웃음)

ㅣ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정윤) 먼저 제가 일하고 있는 롱플레이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렇기 위해서는 제가 발전을 해야 하고, 제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센서리 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요. 공부도 더 하고 후에는 커핑 대회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ㅣ플랜카드 준비해야겠네요. 나중에 일정만 알려주세요.(웃음) 이제 사적인 질문을 해야겠어요. 너무 궁금해요. 정윤씨가 좋아하는 공간, 노래나 영화 무엇이든 추천해주세요.

정윤) 기다려 주세요.(웃음) 음, 먼저 공간을 소개해 드리자면 '무우수커피 로스터스'라고 조천읍에 있는 카페인데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색감이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을 보다 보면 고요한 차분함을 느끼게 돼요. 약간의 산미와 단맛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 딱 맞은 커피의 맛도 아주 좋고요! 의외다 하실 수 있지만, 노래는 락을 좋아해요.(웃음) 함께 있을 땐 잔잔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실제론 너바나 노래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ㅣ생각도 못 한 답변이었어요.(웃음) 또 한 가지 바리스타 복장은 한정적 이잖아요. 업무와 관련해서 추천해 줄 수 있는 브랜드가 있나요?

정윤) 옷은 자유롭게 입는 편이라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지만, 이번에 매니저님께서 추천해 주신 '호카오네오네'라는 신발 브랜드인데요. 발이 엄청 편하다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온종일 서 있는 직업이다 보니까 신발이 중요하잖아요. 비싼 감은 있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고민 중이고요.(웃음)

ㅣ마지막으로 롱플레이 공간을 위한 팁이 있다면.

정윤) 대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바 자리에 앉아서 바리스타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간을 즐기실 수도 있고요, 대표님이 선곡하신 노래를 귀 기울여 듣고 싶으시다면 매장 가운데 앉아 감상하시기를 추천해 드려요!



"먼저 제가 일하고 있는 롱플레이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렇기 위해서는 제가 발전을 해야 하고, 제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평생직장은 없지만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게 아닐까요? 저 또한 커피스니퍼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렇기 위해서는 제가 발전을 해야 하고요. 인터뷰하면서 우리가 우리의 일에 이렇게 애착이 강했구나 하면서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애착이 있는 사람에게 부러움이 아닌 공감을 했으니까요.

최정윤 바리스타에게 고마움을 전해요. 내면이 강한 사람과의 대화로 저의 내면도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거든요.


글 조정희 ㅣ사진 조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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