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첫 착용

by 다니


보청기를 받기 전에, 이직을 위한 면접 볼 일이 있었다. 특히나 면접 볼 땐 긴장도 한 상태라서, 더더욱 보청기가 빛을 발할 것 같아 면접 날짜를 조율해 보려고 했지만 어려웠다. 여태 그래도 잘 해왔으니까 한 번만 더 나 자신을 믿어보자, 최선을 다하고 오자 다짐하였다.


면접관분들과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으나, 감기 유행으로 마스크를 쓰신 점과 질문하시는 분의 목소리 특징으로 또 잘 안 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양해를 구하고 여러 번 질문했지만, 역시나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잘 안 들려서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이기보단, 질문 의도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해 능력 저하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못 알아들으니, 질문 자체가 무슨 내용인지 빨리 못 알아챌 수밖에….


그래도 훈훈하게 마무리된 면접이지만, 어차피 경험 삼아 다녀온 곳이라 큰 기대는 없었고, 집과의 거리도 멀어서 역시나 합격하진 않았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내가 앞으로 뭘 더 준비해야겠다 이런 것도 느껴지면서도, 이렇게 상대방의 말 자체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니, 보청기가 더욱 필요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보청기 수령 당일, 담당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얼마나 기대되던지 이렇게 설레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드디어 선물 받는 기분이랄까? 아마 보청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잘 안 들리는 순간이 있을 때마다 ‘이럴 때 보청기를 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잘 알아들었을까?’라고, 생각하며 더 간절한 마음이 쌓여서 그럴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지, 그러한 기대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정말 선물 세트처럼 깔끔한 포장에, 보청기를 관리할 여러 보조용품을 하나하나 꺼내어서 설명해 주시고, 보청기 사용에 관련된 여러 안내와 주의 사항을 세심하게 알려주셨다. 언제든 잘 모르겠거나 보청기에 이상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보청기를 이제 착용하고 소리 정도를 테스트해 볼 건데, 본인 상황에 맞춰 여러 옵션을 조절할 수 있지만 지금은 첫 착용이기에, 기본 설정으로 적응하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나서, 어떠냐고 물어보시기에 나는 제일 먼저 들리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 바람 소리가 너무 윙~~ 하고 크게 들려서, ‘아 보청기도 역시 기계니까 기계음이 들릴 수밖에 없나?’라고, 생각하며 대답한 거였는데, 선생님의 대답이 나에겐 더 충격적이었다.


“아 그 바람 소리 천장에 있는 환풍기 소리예요.”

“환풍기요?”

“천장에 환풍기 소리 너무 커서 종이로 막아뒀는데도 이렇게 크게 들려요. 저희는 이런 소리를 다 듣고 사는 거죠.”

“보청기를 하기 전까진 전혀 몰랐어요….”

“이제 앞으로 이런 소음들 하나하나 다 잘 들리실 거예요. 그래서 적응 시간도 꼭 필요한 거고요.”


나에겐 첫 번째 충격이었다. 보청기 기계 소리가 아니라, 환풍기 소리였다니. 상상도 하지 못한 경우였다. 앞으로 낯선 소리가 들리면 그건 내가 예전에 듣지 못했던 소리구나. 이렇게 놀라고 있을 때 담당 선생님은 아직 놀라기에 이르다는 듯이 여러 가지 테스트를 더 진행하셨다.


“제가 뒤에서 쓰레기통을 건드려 볼게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체감해 보세요.”

우당탕우당탕-

“어 너무 큰데요?”

“그렇죠? 근데 사실 발로 살짝 건드린 거예요. 근데도 예전보단 훨씬 크게 느껴지셨을 겁니다.”


“이번엔 제가 아주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볼게요.”

아---

“듣기에 엄청 시끄러우신가요?”

“아뇨. 목소리가 크구나! 느끼지만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진 않아요.”

“바로 그거예요! 보청기가 마냥 마이크처럼 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를 귀는 아프지 않게 ‘큰 소리구나’라고 인지할 정도로만 조절한답니다.”

“이제 입을 가리고 아주 속삭일 거예요.”

(입을 종이로 가리고 속삭이듯이) 아침밥 드셨어요? 뭐 드셨을까요?

이때 나는 순간적으로 ‘잘 못 들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으나, 너무나 선명하게 잘 들렸다.

“아침밥은 안 먹었어요. ㅎㅎ”

“어때요? 예전보다 훨씬 잘 들리나요?”

“네. 정말 생각 이상으로 선명하게 들리네요.”


“이제 앞으로 이런 작은 소리까지, 다 잘 들리실 겁니다. 의사소통하는 데에 훨씬 원활해지실 거예요.”


선생님의 이 한마디가, 내가 평생 듣고 싶었던 말 아닌가,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조금만 더 위로하셨더라면 아마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펑펑….

나는 너무 좋아서, 오늘 착용한 김에 종일 착용하고 있으면 안 되냐고 여쭤봤다. 원래는, 하루하루 조금씩 착용 시간을 늘려가며 적응하는 건데, 본인이 원한다면야 착용할 수 있을 만큼 해보면서 적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해주셨다.


그렇게,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로 상담실 밖을,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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