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정말 잘했어!

by 다니


보청기를 한 이후, 자연스레 가까운 사람들이 나의 보청기 착용 유무를 알게 됐다. 젊은 나이에 보청기 하는 사람이 흔치 않을 뿐이지,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여태 힘들었을 나를 위로해 주며 ‘정말 잘했다!’라고 격려해 주었다.


착용 시기가 길어지는 만큼, 익숙해지는 만큼 더 자연스러워지고 이제는 내가 보청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스스로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편해졌다. 잘 들리니까 되려 현실에, 내가 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에도 세밀한 발음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함을, 잘 들리니까 언어를 습득하는 것도, 외국인과의 대화도 예전보다 더 두려워하지 않는 내 마음가짐이 되었다. 그런 점은 스스로 상당히 놀라운 변화였다. 내가 외국어를 좀 더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나의 청력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이 될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모든것에는 원인이 있었다. 그냥 안되는 것은 애초에 없던 것이었다.


꿈에서 보청기를 떨어트리거나, 귀에서 갑자기 빠져서 망가지거나, 사람들이 내 귀를 들춰보고 놀라거나 하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그러나 꿈에서 깨면, 현실은 그것보다 더 안전하고 사람들은 더 상냥하며 나는 그만큼 신경을 써서 보청기를 잘 관리하고 있음에 안심한다. 꿈에서는 실컷 걱정하고, 현실에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걱정을 주저함이 없이 내려놓는 것이다.




내 몸을 잘 챙기는 것. 그건 나를 사랑하는 일이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다른 이들도 그렇게 여기게 된다. 나를 돌아보고,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더욱이 광범위해짐을 느낀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잘 챙기는 건 세상도 기뻐하는 일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보청기를 하고 나서 잘했다는 말을 참 많이 듣게 되는 게 기분이 좋다. 여태까지의 불편함 또한 나에게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하게 해줘서 이제는 고맙다. 좋은 타이밍에 찾아온 보청기가 선물 같다. 2025년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게임 캐릭터가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업을 한 것처럼,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장한 나였다.


다가오는 미래가 이렇게 기대되기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더 단단해진 나기에, 왠지 어떤 일이든 해낼 수만 있을 것 같다. 보청기에 자신감 기능도 있던가? ㅎㅎ


되돌아보면, 사실 가장 먼저 회복하려고 발버둥 친 건 ‘마음’이었다.

우울했던, 바닥을 치고 있던 내 마음을 일으키니 내 몸도 돌아볼 수 있었다.

내 몸이 건강해지니, 내 마음은 더욱 건강해졌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이 먼저 아프듯이

마음이 일어서면, 몸이 먼저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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