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난청을 의심받고 약 한 달이 지난 후, 예약한 진료일이 다가왔다.
‘내가 희귀질환센터에 오다니. 이건 무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대학병원 내에서도 일반 진료과와 좀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에 있는 사무실은 내게 묘한 긴장감을 안겨다 주었다.
유독 간호사분들이 친절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생각보다 ‘희귀질환’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내가 걱정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교수님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전성이라는 게 밝혀지면, 그 뒤로는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교수님이 전문가시니까…. 잘 알려주시겠지?’
교수님도 유독 밝고 친절하신 느낌이었다. 언제부터 귀가 잘 안 들렸는지, 부모님과 가족들의 청력 상황은 어떠한지 여러 가지를 질문하셨다. 교수님께서 쭉 들으시더니 살짝 웃으시면서, 나처럼 별다른 원인 없이 어릴 적부터 귀가 안 좋은 사람들은 희귀질환센터로 많이 넘어온다고 하셨다.
어떤 환자는 본인의 별명이 사오정이라고, 본인은 못 알아듣는 것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주변에서는 예전부터 잘 못 알아듣는 걸 알아서 붙여진 별명이라면서 그렇게 뒤늦게 알게 된 사례도 있고, 또 다른 환자는 고등학생인데 학교에서 유독 반응이 없는 걸 선생님이 눈여겨보시고 병원 검사 권유하셔서 알게 된 사례도 있다고 다양하게 설명해 주셨다.
교수님의 이런저런 설명은 내가 너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님을, 안심시켜 주시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그 의도대로, 아까 상담실 앞에서 대기할 때보단 훨씬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신기한 점은, 교수님이 가족력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실 때 아빠가 현장 일 하시다가 최근에 소음성 난청 판명 받으셨다고 설명해 드렸는데, 주로 유전성 난청이 있는 사람들의 아버지 쪽이 현장 일을 하셔서 나중에 소음성 난청이 생겼다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하면 아빠 쪽에서 왔을 확률이 높을 가능성이 있고, 아버지 같은 경우엔 나중에 발현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유전성 난청은 희귀질환에 포함이 되기에, 난청의 원인이 유전성인지 검사를 하려면 유전자 전체 검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국가에서 무료로 검사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 4월쯤 시작할 것 같으니 그때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 희귀질환환자로 등록이 되면, 앞으로 받을 진료나 보청기 지원 등 앞으로 귀 관리하면서 여러 가지 의료혜택이 있을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아직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은 건 아니지만, 뭔가 여태 고생했던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아픈 나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