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한 번 아이들 데리고 나오셨잖아요. 그 때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귀여워서 남인 저도 보면서 흐뭇하더라구요. 아이들과 지내면 매일매일이 행복하실 것 같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어디를 가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었어요. 첫째는 초등학교 3학년, 둘째는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라 한창 손이 덜 가기 시작하는 시기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실 육아는 정신없이 흘러가네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정말 훨씬 수월해졌어요. 스스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정리하며, 목욕까지 혼자 해내는 아이들을 보며 ‘이제 내가 한결 편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하지만 육아란 게 항상 행복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이랑 지내다 보면 당연히 화나고 속상하고 슬픈 순간들도 찾아와요. ‘육아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라는 말이 딱 맞더라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런 게 행복이라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는 순간들이 있어서, 그 에너지를 힘껏 끌어안고 다음 날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주말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첫째가 피아노를 치고, 둘째가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데, 정말 세상 그 어느 공연보다 웃기고도 감동적이었어요. 매끈한 무대나 화려한 조명 같은 건 없었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몸짓과 웃음소리만으로도 제 마음은 꽉 찼어요. 눈가가 뜨거워지는 순간들이 이런 때 아닌가 싶어요.
또 다른 행복은 바로 아이들이 써준 편지에서 시작됐어요.
둘째는 "오빠는 하나밖에 없는 오빠야, 사랑해! 엄마 아빠! 2025년에도 잘 돌봐주실 거죠? 사랑해요."라고 써왔고, 첫째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저는 엄마 아빠의 소중한 아들입니다. 항상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크면 음식도 사드리고 데이트도 할 거에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엄마 아빠 항상 건강하세요. "라는 말을 전했어요. 이런 솔직하고 순진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으면, 고단함도 잠시 잊게 돼요.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준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피어오르거든요.
이제는 잔소리를 하는 대신 제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제가 먼저 웃고, 이해하고, 매사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이려 해요.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환경에서 아이들도 더 단단히 자라나겠지요. 오늘도 아이들의 작은 몸짓, 한마디 말, 손편지 한 장에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이것이야말로 육아가 주는 소소하지만 깊은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