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는 언제나 같았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마트를 다녀오고,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간식 챙기고, 숙제 확인하고, 저녁 준비하고…
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소중한 가족을 위해 하루를 쏟아붓고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리는 공간.
처음에는 구경만 했다.
글 잘 쓰는 사람들만의 세계 같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에 끌렸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글에서 위로를 받았고, 나도 언젠가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작가 신청을 눌렀고,
내가 쓴 3개의 글을 정성껏 올렸다.
며칠 후, ‘작가 승인 완료’라는 메일이 도착했을 때,
그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 이름 아래 ‘작가’라는 두 글자가 따라붙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특별해졌다.
그날 이후, 나는 시간을 쪼개 글을 썼다.
아이들이 잠든 밤,
밥솥 김 빠지는 사이,
카페에서 혼자 있는 30분 동안—
나를 위한 글쓰기 시간은 마치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선물 같았다.
글을 쓰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기억을 꺼내고, 감정을 되짚으며,
그날그날의 나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글 속에서 나는 점점 ‘나’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가 아니라
그냥 ‘나’로 말할 수 있는 공간.
그게 바로 글쓰기였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는 그 공간을 열어준 첫 문이었다.
글을 쓸수록, 내 일상이 달라졌다.
감정에 더 민감해졌고,
평범한 하루가 기록이 되었고,
기록이 모여 ‘나의 컨텐츠’가 되었다.
‘전업주부’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내 정체성의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글을 쓰는 사람’,
‘브런치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