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보는 꿈을 나는 아직도 꾼다. 나만 그런가?”
새벽녘, 시험지를 마주한 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꿈을 꿨다.
답안지를 받아 들고 첫 장을 넘기는데
읽히지 않는 글자들, 머릿속이 하얘진 느낌,
그리고 어김없이 시간이 부족한 시곗바늘.
잠에서 깨어나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다행이다. 꿈이었어.”
그리고
“대체 내가 왜 아직도 이런 꿈을 꾸는 거지?”
벌써 수능을 본 지 20년도 넘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긴장감, 절박함,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체념을
꿈속에서 다시 겪는다.
수능은 끝났는데, 평가받는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여전히 그 꿈을 꾸는 이유는
시험 때문이 아니라,
‘늘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감정’이
내 삶에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 아닐까.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나는 늘 누군가의 시선 앞에 서 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선택은 맞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시험은 끝났는데,
인생의 질문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그날,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
수능이 다가오면
괜히 수험생들에게는 조용히 응원을 보내게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온 우리는 안다.
그 말이 아무리 옳아도,
수험생에게는 결코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날 당신이 쏟아부은 시간과 집중,
누군가가 평가할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당신의 가능성은 점수가 아니라,
버텨낸 날들에 있어요.”
수능을 앞둔 누군가에게,
그리고 여전히 인생을 ‘응시’ 중인 우리 모두에게.
이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잘 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잘 견디고 있는 중이라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