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해도 되는데
사람이 이렇게 이성적일 수 있나? 감정이 없는 거 아닐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너무 차갑고 냉철해서 가끔은 로봇인가 싶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하고 별것 아닌 거에 흔들리는 사람인가'싶었다. 그들은 강인해 보였고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니깐.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도 이성적일 것 같은 사람이 크게 한번 흔들리면서 모든 게 요동치는 걸 본 적이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눈빛, 의외였다. 오히려 절대 안 그럴 것 같았는데. 더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것 같았는데.
근데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왜 그럴까?
웃기게도
제대로 흔들려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였다.
자신의 마음을 계속 무시해왔구나.
시험에 떨어져서, 애인과 헤어져서, 상사에게 지적받아서 등 자신을 흔들리게 만들 요소들을 마음껏 무시해왔다. 마음이 흔들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습해본 적이 없다는 증거다.
그들은 겉으로 봤을 때는 이성적으로 보인다. 생각으로만 자신의 상태를 가늠해온 거다. 작은 흔들림은 어찌어찌 넘겼을진 몰라도 결국 큰 흔들림이 왔을 때는 감당을 못하더라. 감정도, 멘털도, 마구잡이로 튕겨져 나가 버리니깐.
마무리로,
나는 꽤나 감정적인 사람이라
이성적이고 냉철해 보이는 그들을 부러워했다.
근데 너희는 오히려 무서웠구나.
아마 그들은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잘 모를 확률이 높다.
사실 마음껏 흔들려도 되는데, 찌질해도 되는데.
흔들리는 자신에게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